[책속의 발견]2. 작은 배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

2018-06-04 00:00
-구리 료헤이 ‘우동 한 그릇’

[사진=홍성환]

#12월 31일 밤 셋이 먹은 우동 한 그릇이 무척 맛있었다는 얘기랑 셋이서 한 그릇밖에 시키지 못했는데도 우동집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큰 소리로 말해 주신 얘기도 썼어요. 쥰은 그 목소리가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대요. <우동 한 그릇, 20쪽>(구리 료헤이·청조사)

'막말'이 흔해졌습니다. 재벌, 정치인들의 폭력적인 언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하는 무례한 말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편의점, 커피숍 아르바이트생에게 함부로 반말을 내뱉고 식당 아주머니나 택시 운전기사를 아랫사람 대하듯 말하는 일이 참 많습니다. 그들 역시 직장 등 다른 곳에서는 반대 입장일 테죠.

막말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그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됩니다. 마치 막말을 대물림하는 모습입니다. 사회적 지위나 직업, 돈으로 위아래를 정하는 현대판 계급사회를 보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정한 계급에서 아래라고 판단되면 상대방을 업신여기는 것이죠.

문제는 정작 막말을 하는 쪽은 뭐가 잘못인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때린 놈은 자신이 때린 줄도 모르는데 맞은 놈만 상처를 입는 셈이죠.

이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려는 노력이 없는 데서 비롯됩니다. 자신이 무심코 내뱉은 작은 말 한마디를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헤아리지 않는 것이죠. 인간 관계에서 작은 배려가 없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인 듯합니다. 배려가 실종되면서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해졌고 그것이 막말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은 말 한마디가 사람에게 힘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소설 속 이야기이지만 우동집 부부는 우동 반인분을 몰래 더 주는 작은 배려와 따뜻한 인사말을 통해 어린 아이에게 큰 용기를 줬습니다. 아이가 갖게 된 희망은 우동집 부부에게 큰 감동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작은 배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진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