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법 세미나] “중국법은 피해서 가는게 최선…한국식 접근땐 필패”

2018-05-30 18:04
김종길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권리보호 아닌 형벌도구로서 법 존재…적용대상 정부 마음
사법권 분리안돼 외국기업 승소 불가…타지역서 소송 유리”

김종길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가 30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중국법, 알아야 성공한다-협상과 노무’라는 주제로 열린 ‘제1회 중국법 법률실무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오성홍기는 서로 다른 5개의 별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중국에서 협상은 ‘대등한 주체’가 자신의 권리를 담은 서구식 계약과 다릅니다. 중국이 ‘갑’이라는 관계 설정이 중요하며 구체적인 권리 보장내용은 그다음입니다.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큰 것이죠.”

김종길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30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중국법 법률실무 세미나’에서 “중국에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면 중국인이 법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중국 진출을 앞둔 기업들이 꼭 알아야 할 협상전략과 노동법률을 주제로 아주경제신문 아주로앤피와 한중법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김 변호사는 막연히 ‘한국과 (법률이)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중국에 진출하면 ‘필패(必敗)’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임죄나 주주총회, 퇴직금, 상속세, 기업 고발 등 한국에서 당연하게 보장되는 법적인 권리들이 중국에는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때문에 처음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당황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운을 뗐다.

중국을 이해하려면 ‘비아족류 기심필이(非我族類 其心必異, 나와 같은 족속이 아니면 꿍꿍이가 다르다)’를 되새겨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역사적·문화적·지리적으로 구조적 모순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나름대로 규칙을 찾다보니 중국만의 독특한 법률과 협상문화 등이 생겨났다”면서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는 거부감이 없지만, 받아들이는 즉시 자신만의 스타일로 흡수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그 사례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완전히 모순된 제도를 중국식으로 변형한 것을 제시하며 “중국법 역시 덕치(온정)와 법치(형벌)가 뒤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법이 권리 보호의 도구라면 중국에서는 형벌이나 계급 착취의 도구로 보는 측면이 있으므로 관념 차이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약 주체를 대등하게 보지 않는 사고는 무역분쟁에서도 드러난다. 구체적 사례로 한국 정부가 ‘백기투항’ 했던 마늘분쟁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를 예로 들었다.

그는 “중국인은 적아와 피아 구분이 명확하고, 주권평등 원칙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데, 자신들이 ‘대국’이라는 사고가 강하기 때문에 우월적 지위확보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관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라고 말했다.

가령 “미국과 유럽 등 서구는 권리침해에 상응하는 정도로만 보복하지만 중국의 보복은 과하고 감정적인 측면이 강하다”면서 “내면에 ‘대국(형)으로서 이만큼 양보했는데, 네(아우)가 이렇게 배신하느냐’ 식의 사고가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선 법을 ‘피해갈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해 가는 것’이 좋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변호사는 “중국에서 협상이란 전쟁이고, 비즈니스란 병법”이라고 말했다. 병법은 ‘남을 잘 속이는 것’을 뜻한다.

그는 “중국에서는 성공한 사업가가 자신의 노하우로 ‘계약을 최대한 어겨라’란 말을 공공연히 한다”면서 “협상 주체들이 계약사항에 대해 (변호사를 동반하고도) 거짓말을 하거나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에 절대 믿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법은 기업 권리보호가 아닌 규제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단”이라며 "전국에 통일적으로 적용하려다 보니 법조항이 굉장히 단순해 법 자체는 굉장히 엄격한데 적용 대상은 정부 마음이라 법의 효과가 양극단으로 발생한다”고 전했다. 때문에 “가급적 피해가는 것이 최선이고, 이용하는 것이 차선”이라고 말했다.

중국 협상에 능하려면 상투적인 말을 잘 걸러내고 상대방이 사용하는 단어에 잘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그는 “중국인은 ‘투화’라고 해서 의미 없는 말을 많이 하는데 문장보다 단어, 용어 하나하나에 내용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에 집중하지 않으면 계약 내용이 본인이 의도한 것과 전혀 다른 것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면계약서 작성에 대해서는 사안마다 다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경우 이면계약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이면계약이 불가피할 경우 이를 효력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중국 기업과의 소송에서 한국이 승소하기 어려운 이유는 중국 사법부가 독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판·검사들을 지방의회에서 선출하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지역 회사에 불리한 판결을 내리면 법복을 벗을 수밖에 없다. 이런 특징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법권이 독립되지 않아 기업민사분쟁이 형사화되거나 가압류 가처분이나 관할법원 선정 등 다양한 애로사항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그는 “외국기업이 중국법원에서 소송하면 필패”라며 "협상을 할 때 분쟁을 중국이 아닌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해결한다는 분쟁해결조항을 넣으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중국 베이징대 경제학 석사 출신 법조인으로 국내 최고의 중국 경제법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1991년 법무법인 태평양이 국내 로펌 최초로 베이징사무소를 열 때 합류해 15년간 현지에서 외국인 투자법과 기업법, 세금법, 무역법 등의 분쟁을 해결했다.

2015년부터는 법무법인 동인에서 한국 기업의 중국 내 법률 분쟁 해결을 총괄하고 있다. 중국 최대 로펌인 ‘따청’에 파견된 김기열 변호사와 협업을 통해 소송을 해결하기도 한다. 김 변호사는 “중국에서는 법리적 문제뿐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사유로 사건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웬만하면 좋게좋게 넘어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기업과 관련해서는 거래 도중에 이견이 생겨 발생하는 투자와 관련된 분쟁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법부와 중국 사법부의 재판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며 “중국의 경우 하루에 집중심리를 열어 한 번 재판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대법원에 해당하는 베이징 최고법원은 사실심을 진행한다”면서 “그나마 지방성에 소속된 법원과 달리 공정한 법리 경쟁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중국 기업은 자기들에게 불리한 내용까지도 변호사에게 모두 공개해 재판에서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낼 논리까지도 구축할 수 있게 한다”며 “국내 기업이 한국 재판에 대응하던 식으로 하다가 중국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른 문화를 인식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