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예스맨’ 박정호 사장의 "노(NO)"

2018-05-28 15:58
"보편요금제는 시장에 맡겨야"....일관된 주장

[IT과학부 정두리 기자.]

“보편요금제로 강제하는 것보다 자율적으로 요금제를 시행할 수 있는 시장원리가 좋지 않겠습니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2018’에서 기자들을 만나 보편요금제의 법제화보다는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금까지 이동통신 혁신 행보를 보이는 등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며 ‘예스맨’으로 통했던 박 사장이 보편요금제만큼은 사업자의 입장에서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사실 이는 처음이 아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당시 “요금제는 통신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프로덕트(제품)’”라고 했다. 사업자의 요금 설계 자율권까지는 박탈하지 말라고 돌려 말한 셈이다.

SK텔레콤 사장 취임 2년 차를 맞은 박 사장은 그간 회사를 넘어 그룹 내 굵직굵직한 현안을 처리하는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 SK그룹의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에 대해 ‘엄청난 혼전’이 될 것이라고 했던 그는, 꼭 1년 만에 이를 진두지휘하며 최종 낙찰자가 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최근에는 보안회사 ADT캡스를 인수, 초대형 M&A를 성사시키며 자신이 구상한 ‘뉴 ICT’ 회사를 위한 청사진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러한 미래 전략 구상에서 보편요금제는 통신사 입장에선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는 ‘삭족적리(削足適履)’와도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난제이자 걸림돌이다. 이제 보편요금제는 규제개혁위원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국회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보편요금제가 현실화될지는 뚜껑을 열기까진 누구도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그간의 통신사의 노력을 무분별하게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다.

이동통신 혁신과제를 추진하며 사업자 스스로 변해보자는 마음에 대해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돌을 던지지는 말자. 지난해 국정감사 현장에서 국회의원들에게 혼쭐이 나면서도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성실히 답변했던 대기업 수장의 모습이 최소한 ‘면피용 쇼’는 아니었음을 보여주지 않는가.

국회에 공을 돌린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보편요금제 못지않게 이통시장에 변화가 빨리 오면, 그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 것은 다름 아닌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