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훈풍에…韓 전기차 배터리 빅3 '재충전'

2018-05-29 07:47
- LG화학, 삼성SDI 1분기 전지 부문 매출 25%·72% 증가
- SK이노베이션 中 조인트벤처 설립 추진 등 공격 투자
- 2020년 中 보조금정책 폐지땐 본격 성장 기대감

지난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2018' 삼성SDi 부스.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i3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자료=SNE리서치 및 각 사]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빅3'가 한중 관계 훈풍에 웃음짓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가동률이 떨어진 공장을 살리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유럽과 미국 수출, ESS(에너지저장장치) 생산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배터리 업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20년까지 '한한령'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한중 관계 훈풍을 타고 본격적인 성장 가도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의 올해 1분기 전기차 배터리 부문 매출이 모두 증가했다. LG화학의 1분기 전지부문 매출액은 1조244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5% 늘었다. 자동차 전지 매출 확대가 실적을 이끌면서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LG화학은 2020년 전체 매출 36조원, 전기차 배터리 부문 매출 7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 기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 매출은 약 1조8000억원이다.

LG화학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수주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42조원을 돌파했다. 업계는 LG화학의 수주잔고가 현재 5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CATL과 BYD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보조금 지급 제한이 풀리면 기술력이 뛰어난 LG화학, 삼성SDI 등의 매출이 커질 것은 확실하다.

중국에서 완성차를 판매하는 업체들의 친환경차 의무할당제가 올해 8%에서 내년 10%로 증가하는 점도 국내 업체에 긍정적이다.

삼성SDI의 1분기 실적도 개선됐다. 삼성SDI의 1분기 전지 부문 매출은 1조4171억원으로 전년 대비 72.2% 증가했다.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유럽향 공급이 지속되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BMW가 전기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기존 파트너인 삼성SDI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삼성SDI는 2025년까지 연 전기차 300만대를 판매한다고 밝힌 폭스바겐그룹 수주전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등 전기차 배터리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공격적인 투자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최근 먀오웨이 중국 공업신식화부 부장이 방한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팩이 탑재된 벤츠 전기차가 보조금 형식 승인에 통과됐다고 발언하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중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 폐지를 앞두고 중국 전기차 배터리셀 JV(조인트벤처) 설립을 조만간 추진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중국 현지 법인인 'SK 배터리 차이나 홀딩스'를 '블루 드래곤 에너지'로 이름을 바꾸고 약 864억원(5억800만위안)을 출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스티브김 중국 칭화대 쑤저우자동차연구원 기술고문(전기차 총괄)은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는 파나소닉, 삼성, LG 등 업체와 기술 격차가 상당하다"면서 "전기차 의무판매제가 강화되면 한국 기업에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