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싼 값에 소동물 ‘판매’해도 괜찮을까
2018-05-26 12:00
마트 소동물 판매 금지 청원
[노트펫] 얼마 전 남편이랑 마트에 갔는데 그가 무언가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보통 지하철에 있는 짐 보관함처럼 생긴 ‘반려동물 보관소’였다. 원래는 반려동물에 관심이 없던 탓인지, 오래 전부터 있던 그 보관소를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나도 마트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니라서 실제로 그곳에 반려동물을 ‘보관’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한두 번, 낯선 공간에 갇힌 불안감과 초조함으로 미친 듯이 낑낑거리거나 짖어대는 강아지 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애초에 마트에 있는 네모난 반려동물 보관소는 반려인들을 위한 배려일까, 무신경한 인간의 이기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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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 년 전부터 마트에서 동물을 판매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돈만 내고 생명을 ‘구매’하는 것이 생명의 존엄성에 위배된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필요한 모든 물건을 살 수 있는 마트에서 반려동물마저 판매하다 보니 동물이 물건처럼 쉽게 사서 키우거나 버릴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특히 소동물은 값이 저렴하여 어린아이들에게 무분별하게 판매되기도 한다.
요즘 달걀을 사러 가면 ‘동물 복지 달걀’이라는 걸 볼 수 있다. 보통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날개도 펼 수 없는 좁은 공간에 닭을 빼곡히 가둬놓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첨가물이 들어간 사료를 먹인다.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닭이 생산한 달걀이 건강할 리 없다.
닭이 동물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 환경을 제공해서 달걀을 생산한 것이 바로 동물 복지 달걀이다. 물론 값은 비싸지만 그렇게 생산된 달걀을 먹는 것이 우리 몸에는 훨씬 자연스러울 것이다.
즉, 동물에게는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삶을 위한 환경 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람객 위주로 구성되는 동물원과 달리 동물의 생존권을 우선하는 동물보호구역에서는 동물에게 필요한 환경과 욕구를 보다 중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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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동물이라 해도 자신의 몸집보다 몇십, 몇백 배 큰 공간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만 동물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다.
그러나 마트의 소동물 판매 매장은 대부분 가로 세로 길이가 약 30~40cm가량으로 비좁다. 그 좁은 공간에서 여러 마리의 햄스터나 토끼, 이구아나 등이 생활하고 있다가 손님에게 팔려 나간다. 좁은 우리 안에서, 그리고 밝은 전등과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동물들은 종종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곳에서 동물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집에서 동물의 생존 환경을 충분히 제공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사전 고민 없이 충동적으로 동물을 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잘못된 환경이나 관리로 인해 금방 죽는다 해도 저렴한 가격 때문에 소모성 장난감 정도로 취급하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무언가를 소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마트는 ‘생명’을 다루기에 적합한 공간이라고는 할 수 없다.
몸집이 작은 동물의 생명이라 해서 그 가치마저 폄하해서는 안 된다. 호기심과 한순간의 귀여움, 저렴한 비용으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결정한다면 생명에 대한 의식은 결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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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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