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쩐의 전쟁’…여야 큰 격차 보이는 ‘선거펀드’ 실적

2018-05-23 17:47
명칭만 ‘펀드’ 사실상 개인 간 채무 거래…선관위서 관여 안 해
선거자금 해결·지지자 결집 효과에 교육감까지 앞다퉈 펀드 출시

[그래픽=임이슬 기자 90606a@]

6·13 지방선거를 20일 앞두고 ‘선거펀드’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선거펀드는 선거운동에 드는 돈을 공개적으로 빌려서 마련하는 일종의 정치 이벤트다. 선거비용을 투명하게 모을 수 있고 모금 과정에서 후보자 본인을 알리며 지지자 결집을 꾀할 수 있다.

정치인들의 선거펀드는 금융·증권업계에서 말하는 금융상품, 펀드와는 다른 개념이다. 우선 일반적인 펀드라면 투자비용을 잃게 될 위험 부담이 있지만, 선거펀드는 원금과 이자를 되돌려준다.

후보자는 15% 이상 득표하면 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 전액을, 10~15%를 득표하면 반액을 돌려받는다.

명칭만 ‘펀드’일 뿐 사실상 ‘개인과 개인 간의 금전거래’라고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정당들도 선거펀드에 관여하지는 않는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정치인과 지지자들의 ‘개인적 채무관계’라서 선관위 측에서 일일이 제재하거나 확인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신 투자자가 얻은 이자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법이 적용된다. 국세청은 선거펀드 운영자에 대해 이자소득 세율 25%를 적용해 세금을 원천 징수하고 있다. 금융기관 이자소득 세율(14%)이 아닌 비영업대금의 세율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박원순 펀드’를 개설한 지 14분 58초 만에 181명이 참여해 목표액 14억원을 달성했다.

박 후보 측은 연 이자율 3.27%를 적용해 지방선거 두 달 뒤인 8월 13일 투자금을 돌려줄 예정이다.

앞서 박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펀드 개설 52시간 만에 5778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모금한 바 있다.

같은 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의 선거비용 모금을 위한 ‘OK 시민행복 펀드’도 지난 15일 개설된 이후 만 하루 만에 목표액(12억원)을 채우고 마감했다. 이자율은 3.6%다.

송철호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역시 지난 14일 선거펀드를 출시한 지 5시간 만에 목표금액 5억원(이자율 3%)을 초과 달성했다.

민주당 소속 양승조 충남지사 후보의 ‘양승조 펀드’도 개설된 지 나흘 만에 목표액 11억원(이자율 3.6%)을 모은 뒤 조기 마감됐다.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은 17개 광역단체장뿐만 아니라 교육감,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선거펀드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경기도 교육감 재선에 도전하는 이재정 후보가 개설한 ‘더불어 숲’ 펀드는 개설 후 이틀 만에 모금 목표액 30억원을 달성하며 소위 ‘대박’을 쳤다. 이 후보는 2014년 선거에서도 같은 금액을 채운 바 있다.

이처럼 민주당 후보들의 선거펀드는 연일 '대박'을 치고 있지만, 보수 야당 후보들은 선거펀드를 아예 개설하지 않거나, 개설해도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는 목표액 10억원의 ‘서병수 BS+ 펀드’(이자율 3.6%)를 개설했지만 아직 마감을 하지 못했다.

서 후보는 좋은 일자리 펀드, 2030월드엑스포 펀드, 아이맘 펀드, 김해신공항 펀드, 다복동 펀드, 부산플러스 펀드 등 다양한 세부상품도 마련했다.

한국당 소속으로 충북지사 후보로 나선 박경국 후보와 정창수 강원지사 후보도 선거펀드를 모금 중이다.

인지도가 낮은 출마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당이 나선 곳도 있다. 민중당은 지난달 당 명의로 ‘2018 지방선거 재정 마련 펀드’를 개설했다.

목표금액은 3억원으로 연이율 3%, 상환시점은 내년 3월이다. 중앙당이 돈을 모아서 후보자들을 지원하고 추후 정당운영비에서 이를 갚는 방식이다.

선거펀드의 원조는 2010년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유시민 펀드’다. 유 전 장관은 연 2.45% 이자를 약속하고 110일 동안 41억5000만원을 모았다.

유 전 장관은 당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에 패해 낙선하긴 했지만 15% 이상 득표에 성공해 빌린 돈을 다 갚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선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19일 ‘국민주 문재인 펀드’를 개설해 1시간 만에 1차 모금 목표인 10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문재인 당시 후보가 각각 출시한 ‘박근혜 약속펀드’와 ‘담쟁이 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자금 해결과 홍보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 선거펀드”라며 “소액 투자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캠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