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 별세] 빨라진 'LG 4세대 경영' 지휘봉 구광모 손에

2018-05-20 15:18
LG 경영 승계 준비 가속화…증여세는 주요 해결과제
"소탈한 성품" 주변 평가…13년 국내외 발로 뛴 '현장통'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본부 정보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상무)[사진=LG 제공]


LG그룹의 '4세 경영'이 본격화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별세하면서 그의 외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경영권을 넘겨받게 될 전망이다. 앞서 LG그룹은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에서 구자경 명예회장, 고 구본무 회장 등으로 이어지며 '장자 승계' 원칙을 지켜왔다.

구 회장이 매출 30조원대 럭키금성을 160조원대 ‘글로벌 LG’로 성장시켰다면 구 상무는 앞으로 영속 가능한 ‘100년 LG’를 위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게 된다.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선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구광모 상무, LG 경영권 승계...상속세만 7000억 넘을 듯

구 상무는 다음달 29일 열릴 ㈜LG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계기로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 상무의 직책과 업무는 주총 뒤 이사회에서 정해진다.

앞서 ㈜LG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어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구 회장이 와병으로 이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있어 주주 대표 일원이 이사회에 추가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했고, 또한 후계구도를 사전에 대비하려는 포석이기도 했다.

지난해 구 회장의 건강이 악화된 이후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사실상 총수 역할을 대신하며 리더십을 발휘해 온 만큼 일각에선 ‘형제승계’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LG그룹의 장자 승계원칙은 4세 경영에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구 상무는 후계자로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지분 보유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2006년 ㈜LG 지분 2.75%를 취득했고 이후 지분을 꾸준히 늘려 현재 6.24%까지 높였다. 생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에게 지분 1.1%, 고모부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으로부터 35만주 등을 증여받았다.

여기에 구 회장의 지분(11.28%)을 상속받을 경우 최대주주가 돼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막대한 상속세를 감안할 경우 이른 시일 내에 지분 증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 회장의 지분 가치는 전일 종가(7만9100원) 기준 1조5333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상속세만 7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 ‘100년 LG’ 위한 미래 먹거리 주력 전망

“오너가 자식답지 않게 소탈한 성품을 지녔지만, 일에 있어서는 강한 추진력을 보여준다."

LG 임직원들은 구 상무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한 LG전자 직원은 “구 상무는 평소 아래 직급의 직원들에게도 존대하며 관계를 존중한다”며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고객과 시장 등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철저한 실행을 중시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1978년 1월생인 구 상무는 영동고와 미국의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했다.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과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창원사업장, ㈜LG 경영전략팀 등을 두루 거치며 제조‧판매‧기획 업무 경험을 두루 쌓았다.

입사 10여년 만인 2015년 ㈜LG 상무로 승진했고 이후 3년간은 LG의 주력 및 미래 사업을 다지는 동시에 그룹의 성장에 필요한 사업을 기획하고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도록 지원했다.

올해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LG전자로 복귀해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B2B사업본부의 ID 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이 부서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성장분야인 사이니지 사업을 주력으로 수행한다.

ID사업부장을 맡은 후에는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현장을 누비면서 사업성과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사이니지 전시회인 ‘ISE 2018’에 참석해 첨단 올레드 기술력을 집약한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 등 신제품을 시장에 소개하는 등 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구 상무는 사물인터넷(IoT) 분야를 비롯해 IT 기술 동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구 상무는 앞으로 계열사 전반적으로 사업 및 투자현황을 점검하고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자장비, 로봇 등 신사업을 챙기는 동시에 새로운 투자 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등 그룹 전반을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