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로봇개가 활보하기 전 알아야 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6가지 사실
2018-05-14 14:47
3. 로봇윤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관절이 움직일 때마다 기계음을 내며 전력 질주하는 이족보행 로봇의 모습이 10일 공개됐다.
이 로봇의 이름은 '아틀라스'. 로봇을 제작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작품이다.
신나게 달리던 아틀라스는 통나무를 발견하자 조심스럽게 건너뛰어 피했다. 지난해에는 백텀블링하는 장면이 공개됐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사족보행 하는 로봇 '개'도 만들었다. 로봇개는 산길을 오르고 문도 열고 계단을 오른다. 여러 마리가 협동해 길을 찾는 협동심을 보였다.
미국 미디어 바이스(VICE)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이 나올 때마다 '그래, 우리는 망했다', '인간을 멸종시키기 위한 귀중한 기술이다'라는 제목을 달고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바이스의 자조 섞인 제목의 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놀라운 로봇을 소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 로봇을 투입해 인류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다.
1. 창업자는 80년대부터 로봇을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달리고 백텀블링을 하는 로봇은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992년 MIT에서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연구하던 마크 레이버트 교수가 대학 벤처를 만들었다. 회사명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였다.
보행 로봇에 관심이 많은 레이버트 교수는 준비된 창업자였다. 이미 1980년대에 한쪽 다리만으로 점프하는 로봇이나 이족, 사족으로 통통 뛰어가는 로봇을 만들었다.
로봇은 무선도 아니었고 움직임도 거칠었지만, 시대를 고려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2. 나사와 공동개발 그리고 구글의 인수
2013년에는 두 다리로 걷는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가 처음 공개됐다. 무선 로봇은 아니었다. 전력이 공급되는 선에 의지한 채 자갈길을 걸었다. 한 발을 들어 올린 채 한쪽 다리로 중심을 잡았다. 옆에서 강한 충격이 와도 넘어지는 법이 없었다.
같은 해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다.
3. 로봇윤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슬픈 로봇'이란 제목으로 누리꾼이 편집한 영상>
그 이후 빅도그 같은 여러 사족보행 로봇이 나왔다. 이들은 사막의 언덕을 오르내리고 눈밭을 헤치고 다녔다. 알아서 장애물을 헤치고 더 쉬운 산악길을 찾는 꼼꼼함도 보였다. 사람이 발로 힘껏 차도 다시 일어나 가던 길을 걸었다. 사족보행 로봇들은 이때쯤 '로봇윤리'에 대한 개념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로봇개를 발로 차는 모습이 잔인하고 불편하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슬픈 로봇'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영상이 인터넷 이곳저곳에 뿌려졌다. 로봇이 기억이 있는지, 아픔을 느끼는지에 대한 추론을 다시 해야 했고 개발자와 교수들은 로봇이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연거푸 해명해야 했다. 대중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마음 한구석은 불편했다. 이미 로봇의 하드웨어 기술은 로봇윤리를 찾아야 할 만큼 발전했다.
구글은 AI '알파고'로 이세돌 9단을 이긴 독보적인 딥마이드 개발사이기도 하다. 하드웨어 기술에 딥마인드가 합쳐지면 영화 속 로봇이 현실로 걸어 들어올 일도 멀지 않아 보였다.
4. 구글은 팔고 소프트뱅크는 샀다
로봇 분야는 기술력은 물론 돈을 버는 상용화에도 어려움이 컸다. 사람이 조종하지 않고 로봇이 100% 인지해서 움직이기에는 갈 길이 멀었다. 여기에 로봇 상용화에서는 군사나 민간 모두 인류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로봇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반감과 언젠가는 인간 위에 군림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개발자인 앤디 루빈은 구글에서 로봇 개발 사업을 총괄했다. 그는 공격적으로 로봇 분야 회사를 인수했지만, 2014년 구글을 퇴사하면서 구글의 비즈니스 방향도 바뀌었다.
5. 감정이 있는 아톰을 만들고 싶다
2015년 소프트뱅크는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일본서 판매했다. 페퍼의 역할은 노인을 위한 간병이나 가정에 편리함을 더하는 로봇이다. 손정의 회장은 페퍼는 감정 인식이 제일 중요한 기능이라고 밝혔다.
"감정이 핵심이다. 사람들은 인간을 닮은 로봇에 가장 쉽게 다가간다. 이게 기존 로봇과 달리 페퍼가 갖는 이점이다"
-페퍼 로봇 발표회에서 "왜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들었냐"는 질문에 대한 손정의 회장의 답
손정의 회장은 왜 페퍼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처음 아톰 보이를 봤을 때 시작했다. 아톰은 100만 마력으로 하늘을 날고 악당과 싸운다. 어릴 적 그 만화를 즐겨봤다. 언제나 그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아톰은 울 줄 모른다는 점이다. 마음이 없어 고통이나 행복, 슬픔을 모른다. 이것도 아톰보이 이야기 축의 하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내가 자란 뒤 컴퓨터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한 게 하나의 아이디어였다. 소프트뱅크의 업무 영역은 IT 분야로 컴퓨터를 매일 만진다. CPU와 메모리는 매일 발전하고, 통신 기술도 매일 발전한다. 일상 속에서 컴퓨터를 쓰는 게 자연스럽게 됐다"며 "가장 어려운 부분은 감정이었다. 내 생각대로라면 우리가 감정을 디지털화할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의 감정을 컴퓨터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로직은 내 안에 지금까지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준비한 이유"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페퍼는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로봇은 아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알데바란이 개발하고 AI는 IBM의 왓슨을 기반으로 했다. 기획과 판매를 담당한 것이다. 페퍼의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이미 2016년에 1만대가 판매됐고 한국과 대만, 중동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는 로봇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기업이다.
비전펀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함께 영국의 ARM홀딩스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만 약 25조원이다. 반도체 회사인 ARM홀딩스의 운영 방식은 조금 독특하다. 반도체를 설계(아키텍처하고 지적재산만 소유한다. 생산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쳬 제조 회사에 맡긴다. 반도체 전력효율 기술이 뛰어나 모바일 반도체 분야에서는 주도적인 지위를 가졌다.
페퍼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처럼 움직이고 아틀라스는 페퍼 같은 감정이 생기고 이들 로봇에 ARM홀딩스의 반도체가 쓰인다면, 손정의 회장이 꿈꾸는 울 줄 아는 아톰에 다가가는 걸까. 페퍼 같은 흥행 로봇이 나오는 게 우선이긴 하다.
6. 2019년 로봇개를 직접 살 수 있다···로봇과 교감하는 시대
라이버크는 "스팟 미니는 사무 공간과 집에서 무엇을 할지 고민해 만들어진 로봇"이라고 말했다. 스팟 미니는 물건 운반 같은 간단한 심부름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상업용 로봇을 선보이고 가정 시장 진출에 나선 것은 소프트뱅크 페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우선 스팟 미니 100대를 제작할 계획이다. 로봇의 무게는 약 30㎏이며 한번 충전으로 90분 정도 움직인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중 가장 조용하다. 가격은 정하지 못했지만, 제작 비용이 이전 로봇보다 10배는 덜 든다고 밝혔다.
<스팟 미니 소개 영상>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공개한 스팟 미니의 영상에는 스스로 지형과 공간에 대한 정보를 저장해 입체지도를 만들며 자율주행 하는 모습이 담겼다. 장애물을 피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길을 찾는다.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디며 움직이는 모습이 네발 달린 동물과 흡사하다.
2019년 스팟 미니가 동네를 활보하며 주인 대신 심부름 하는 모습에 거부감을 보일 이웃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인간은 AI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 인간은 말과 경주하지 않는다. 말의 등에 올라타 이용하는 존재다"라며 "인마일체(人馬一體)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마일체는 사람과 말이 하나라는 뜻이다. 사람이 말과 그랬던 것처럼 로봇과 교감하는 시대가 이미 열렸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