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채석장에 식물 심으니 2천만명 찾아와

2018-05-09 10:46

에덴 프로젝트의 바이옴[사진=peter cook]

영국 최남단 콘월 지역은 특색있는 곳이 아니었다. 지역경제를 이끌던 채석장이 문을 닫자 지역의 활력도 사그라졌다. 흉물스럽게 남겨진 채석장은 콘월의 목가적 풍경을 방해하기만 했다.

적어도 20세기에는 그랬다. 2001년 콘월은 지구촌이 주목하고 공부하는 세계 최대 온실 도시로 변했다.

남겨진 채석장을 온실로 꾸미고 지역경제도 재건하는 거대한 규모의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에덴 프로젝트'.

에덴 프로젝트에 투입된 자금만 총 1억4000만 파운드. 영국 복권기금 기관인 밀레니엄 재단의 펀드 지원과 영국 정부의 도움을 받아 추진될 수 있었다.

에덴 프로젝트 구성원은 행정가 주축이 아닌 음반제작자나 건축가,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 다양한 배경의 전문인으로 채워졌다.
 

에덴 프로젝트는 채석장에 만들어졌다.[사진=에덴 프로젝트]


특히 온실을 설계한 건축가 니콜라스 그림쇼 경은 다양한 크기의 육각형으로 이뤄진 '바이옴(Biomes)'을 설계했다.

거대한 돔형 건축물인 '바이옴'은 축구장 30개를 합친 크기다. 그 안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400여종의 100만여개 식물이 자라고 있다.

바이옴은 아연철관으로 만든 프레임 위에 ETFE 포일을 덮은 구조물이다. 기존 온실보다 빛을 더 많이 투과시키고 태양열 90%가량을 저장할 수 있다.

에덴 프로젝트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자급자족이 가능한 온실을 만들기 위해 빗물 수집장치, 풍력발전기, 태양에너지 활용 시스템 등을 설치했다.

[사진=peter cook]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태어난 에덴 프로젝트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화려한 쇼도 높은 건물도 아닌 다채로운 식물과 자연으로도 발길을 묶기 충분했다.

콘월 지역지인 콘월 라이브는 지난달 2001년 3월 개장 이후 현재까지 2000만명(2018년 4월 기준)의 방문객이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운영 수익으로 민간 차입금을 갚고 지역경제로 활성화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산림청 국립수목원도 에덴 프로젝트 식물원과 업무협약식을 가지고 식물다양성 보전과 복원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벌목된 가리왕산 모습[사진=연합뉴스]

황폐해진 자연을 되살린 에덴 프로젝트는 경제 활성화라는 선물도 덩달아 생겼다. 세계 각국의 지자체가 에덴 프로젝트를 배우기 위해 콘월 지역을 방문한다.

한국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가리왕산을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으로 낙점했다. 이곳은 조선 시대부터 벌목이 금지된 산으로 500년 가까이 보호된 천연 원시림이었다. 올림픽이 끝난 후 자연을 복원하기 위해 정부와 강원도는 어려운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