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황정환, 마운드 오른 LG전자의 구원투수

2018-05-08 14:58
황 부사장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은 일과 통신"

지난 3일 서울 용산역 컨벤션홀에서 짧은 머리를 위로 올리고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남성이 기자를 향해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G7 씽큐(ThinQ)'를 소개했다.

"진정성 있게 개선된 제품을 내놓는다면 G7 씽큐뿐만 아니라 LG전자가 인정받는 날이 올 것입니다"라며 절제된 자신감을 보인 그가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부사장)이다. MC사업본부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한다.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부사장). [사진=LG전자 제공]
 

황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MC사업본부는 2018년 1분기까지 12분기 연속 적자를 겪었다. 만만치 않은 자리에 올라선 황 부사장이 처음 내놓은 스마트폰이 G7 씽큐다.

G7 씽큐는 물론 앞으로 나올 LG의 스마트폰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황 부사장의 발자취를 더듬어볼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황 부사장은 1987년 금성사(현 LG전자) 중앙연구소에 입사했다. 홈엔터테인먼트(HE)연구소장 및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내며 올레드TV 신제품 개발을 이끌고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2X'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2011년에 공개된 옵티머스2X는 세계 최초로 듀얼코어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해 2011년 4월 29일 기네스에 등재됐다. 기술 전문가인 황 부사장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깐깐함으로 '야쿠자'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MC사업본부의 구원투수가 된 황 부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막중하다. LG전자가 12분기 동안 풀지 못한 적자 탈출이다.

엄밀히 말하면 G7 씽큐는 황 부사장이 처음부터 주도해 만든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황 부사장이 추구하는 스마트폰의 방향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기기다.

2014년 당시 HE사업본부 상무였던 황 부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집에 가서 쉬자'고 말하면 소파에 깊숙이 기대앉아 TV 보는 걸 떠올리지 책상에 앉아 스마트폰 보는 걸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뒤 "TV의 기본 속성은 기대앉아 쉬는 것이지만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은 일과 통신"이라며 스마트폰의 역할에 대해 분명히 밝혔다.

지난 2월 26일 ‘MWC 2018’이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황 부사장은 "경쟁사 기능을 따라해 왔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고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원가 구조를 갖게 됐다. LG전자 스마트폰은 고객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이제는 LG전자 폰을 고객이 안심하고 오래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제의식을 분명히 했다.

이어 "올해 프리미엄 신제품은 여태까지의 LG전자 스마트폰과 차원이 다른, ABCD(오디오, 배터리, 카메라, 디스플레이)에 집중한 폰이 될 것"이라며 "예전처럼 고객이 쓰지도 않는 기능을 넣어서 가격 높이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황 부사장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세대를 거듭할수록 혁신보다는 본질, 경쟁사보다는 고객에게 집중한 스마트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G7 씽큐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황 부사장은 "G7 씽큐는 LG전자가 집중적으로 하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삼성 리서치 산하에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는 AI센터를 만들었다. 갤럭시 시리즈에 적용된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는 2020년까지 가전제품에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스마트폰의 진정한 승부처는 인공지능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