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보다 경제통합이 먼저다

2018-05-07 18:43
'한반도의 봄을 위한 평화정착' 특별대담
단계적 통일 필요…동·서독 민간 차원 통합도 고려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본사 스튜디오에서 '한반도의 봄을 위한 평화정착'이라는 주제로 대담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희 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장(박사), 곽인옥 숙명여대 연구교수(북한 평양지역 연구전문가), 김태균 아주경제 정치경제부장,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중국 차아얼학회 고급연구위원).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중국과 대만은 정치체제는 다르지만, 경제협력 차원에서는 깊은 관계에 있다. 남북도 바로 통일되기보다 단계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서로 다른 체제에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양안(兩岸) 관계가 주는 시사점이 있다."

김영희 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장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아주경제 본사에서 '한반도의 봄을 위한 평화정착'이라는 주제의 특별대담에서, 과거 중국·대만의 일국양제와 동·서독 통일 사례를 통해 '한반도식 통일'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날 토론에는 김 팀장을 비롯해 곽인옥 숙명여대 연구교수(북한 평양지역 연구전문가),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중국 차아얼학회 고급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1국2체제'라는 관점 속에서 급격한 통일논의보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3통(三通)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안이란 자연적인 군사분계선의 역할을 하게 된 타이완 해협을 두고, 동안(대륙)과 서안(타이완)으로 마주보는 관계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양국은 이를 토대로, 우편과 통신·무역·상호왕래의 3가지를 통하게 하자는 3통(三通)정책에 합의한 바 있다.

곽인옥 교수는 "중국과 대만의 경우 '선경제 후정치' 순으로 갔다"며 "특히 IT분야에서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결합하며, 현재 중국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며 남북간 기술이 융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1992년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벤치마킹하며 IT인력을 육성, 이 분야가 매우 강하다"며 "핵무기·미사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IT산업이 기반을 갖춰야 한다.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과 우리 기업이 결합하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또 동·서독 통일에서는 민간 교류와 공공외교 차원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동·서독의 통일을 '갑작스럽지만, 준비된 통일'이라고 정의한 김상순 원장은 "서독은 경제적 우위에 대해 민간소통을 통해 동독에 자연스럽게 알렸다"며 "또 주변국에 발품을 팔아 설득하는 통일공공외교, 내부의 통일비용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독일 사례를 본받아 한반도가, 특히 한국이 한반도의 통일이 주변국에 오히려 기회가 된다는 이익론을 펼쳐야 한다"며 통일공공외교를 강조했다.

곽 교수는 "동·서독은 경제적 협력은 없었지만, 민간차원에서 오스트리아에서 만나 수많은 회의와 세미나를 거쳐 언어·통신 등 여러 측면에서 통합하고, 일반화하는 작업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이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을 통해 알아가고, IT용어 등 언어를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탈북자 출신으로, 북한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 팀장은 "북한에서 '김정은식 개혁개방'이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은 남포를 'IT 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을 갖고 있다. 남한으로부터 각종 물자를 지원받아야 가능한 계획이다.

김 팀장은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후계자이던 시절에 이미 나왔다"며 "김 위원장은 상당히 열려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경제개발은 곧 개혁개방이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북한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북한은 광산·탄광을 개발하는 자원부원개발(자원개발)외에 경제개발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이 후계자였던 2010년에 북한에서 발표한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에 남포IT단지가 이미 나왔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주목했다. 

김 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당시 북한은 경제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석탄을 중국에 헐값으로 팔았다"며 "당시 가공제품이 생산·수출이 안돼 헐값에 판 것을 매우 아깝게 여겨 이걸 어떻게 하면 2차, 3차 가공해서 가치를 높여서 팔까를 늘 고민했다"고 전했다. 

또 한반도의 경제협력이 이뤄질 경우, 광물 등 지하자원뿐 아니라 수산자원에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이 많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