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어벤저스' 공격진 대적할 왕치산, 협상력 시험대 올라

2018-05-03 17:33
미중 협상 스타트, "美 대표단 중량급" 평가
왕치산 막후 진두지휘, 복귀 후 첫 고비 맞아
習 절대적 신임, 무역전쟁 향방 가를 분수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왕치산 국가부주석. [사진=신화통신 ]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을 좌우할 협상이 시작됐다.

중국 측 협상팀을 진두지휘하는 이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으며 정권의 2인자로 올라선 그의 외교·협상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왕치산, 中 협상팀 막후 실력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위급 대표단이 3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번 대표단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으로 구성됐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 영화·만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을 일컫는) 어벤저스급 대표단"이라며 "구성원 모두가 상당한 중량감을 지닌 인사들"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비롯해 중산(鐘山) 상무부장, 류쿤(劉昆) 재정부장,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 등으로 협상팀을 꾸렸다.

왕치산은 막후에서 이들을 총괄 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미국 측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연간 3750억 달러(약 401조원)에 달하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를 1000억 달러 정도 감축하는 것이다.

또 중국 내 첨단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 제조 2025'에 대한 당국의 과도한 지원을 줄이라고 압박을 가할 전망이다.

중국은 관영 언론을 앞세워 "대화를 하면 문을 열고, 공격하면 끝까지 싸운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협상 결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양측이 관세폭탄을 주고받는 단계를 지나 협상 테이블에 앉은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주장과, 중국이 핵심 이익을 내주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연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는 상황이다.

◆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 이번에는?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의 협상력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왕치산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7상8하(67세 유임, 68세 은퇴)' 원칙에 따라 은퇴했지만 채 반년도 안 돼 다시 정계에 복귀했다.

지난 3월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가부주석으로 임명된 것이다.

시 주석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 격화하던 시기에 시 주석이 그를 다시 불러들인 것은 20여년간 경제·외교 분야에서 그가 쌓은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왕치산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2년 중국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등 고비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부총리 신분으로 미국과의 전략경제 대화를 이끌었던 경험도 있다.

왕치산은 국가부주석으로 취임한 뒤 미·중 통상 문제를 협의할 미국 측 파트너를 물색해 왔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미국 대표단이 온건파보다 강경파 위주로 구성된 것 역시 왕치산 등 중국 측의 물밑 조율 작업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익명의 중국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 "중국은 더 확대된 협상을 진행할 의지가 있지만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