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정은 위원장, 北ICT특구 건설에 南참여 요청

2018-05-04 03:00
초고속 통신망 구축 등 요청…해외 투자 유치 위한 금융 협력도 희망

[그래픽=인터넷]


북한이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경제특구 중 하나인 첨단기술산업(ICT) 특구 건설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일 본지 기자와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ICT 특구 건설에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문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안다”며 “여기에는 초고속 통신망 등 통신 인프라 구축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도 북한은 우리 정부에 통신망 구축을 요청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남북경협 차원에서 거론되는 파주첨단단지’를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북한의 경제특구 중 한 곳으로, 남북경협이 아니라 북한이 별도로 추진하는 국가적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력, 통신 인프라 분야는 대북제재가 걸려 있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어 아직은 조심스럽다. 현재는 검토·준비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ICT 특구는 북한이 지정한 22개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 가운데 평양 은정첨단기술개발구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 은정첨단기술개발구는 북한이 동북아지역에서 경쟁력 높은 첨단기술개발구를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2014년 7월부터 조성한 IT 첨단기술 산업단지다.

북한은 은정개발구 내 국가과학원과 산하 연구기관, 이과대학 등이 있어 고급 기술인재를 조달하는 데 유리하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정보기술·나노기술·생물공학 분야에서 첨단기술제품 개발·생산 경험이 있다며 해외 투자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은 특히 제약·바이오 등 기초과학 개발·연구(R&D) 분야에서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과 북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농업·보건의료·환경·산림녹화 분야의 협력사업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취약계층인 영유아·임산부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전염병 공동방역·관리체계 구축 △북측 의료인력 교육 △기초의약품 및 의료장비 지원 △기초(군단위) 병원 현대화 지원 등 협력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농업 분야 등에서 개발협력 추진을 검토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전문가들은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할 경우 인프라·건설을 시작으로 △유통·소비재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자원 △자동차 △관광 산업 등이 진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또 해외 투자유치를 염두에 두고, 금융인력 양성 등 선진국의 금융정책 습득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북한의 신진 세력이 유럽 등 서구사회에 진출, 시장경제를 연구하며 대외개방 준비를 해왔다. 유독 금융분야는 경험이 부족해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받길 원하는 것 같다”며 “남북경협이 활발해지면, 금융인력 양성을 위한 연수기관 설치 등 금융 협력도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 금융사들은 △북한 서민층 위한 소액대출사업 △의료지원사업 △금융인력 양성 △어린이 놀이터 건립 등 북한 수뇌부와 주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회공헌사업을 우선 진행하고, 이를 사업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