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광물자원 개발·백두산 연구 등 과학기술 교류 기대감 상승

2018-04-29 14:37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남북 과학기술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이 직접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남북교류가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자 과학기술 협력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남북교류가 활발해질 것에 대비해 부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교류 사업의 리스트업 작업에 들어갔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평창동계올림픽 직후인 지난 3월에 과학기술 교류 분야를 도출하기 위해 과학기술인들을 모아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유 장관도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영상물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계기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남북 공동의 번영에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나가도록 하겠다"며 남북 과학기술 교류에 의욕을 나타냈다. 과학계도 어느 분야보다도 협력하기 가장 좋은 대상이 과학기술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은 이념 및 사상 등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제공=과기정통부) 


과거에는 북한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북한과학원이 공동으로 한민족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등 교류가 있었지만, 현재 남북 과학기술협력은 직접적인 협력 창구가 없어 채널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상선 한양대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평양과학기술대학을 활용해 남북과학기술 협력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서로 간의 신뢰 기반을 쌓아 인력교류와 정보교류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면 공동연구에서 기술이전으로 확대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 과학기술 교류가 성사될 경우 파급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 협력분야로 광물연구가 꼽힌다. 한국은 세계 5~6위권 광물 소비국이지만, 수요 광물의 92.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이 필요로 하는 광물종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고령토나 텅스텐, 희토류와 같은 광물을 국내 기술과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면, 제3국에 대한 수출의 길도 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북의 광물연구 협력은 한반도의 형성과정을 지질학적으로 규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북한의 광물자원 잠재가치는 3200조원에 달하지만, 사실상 중국이 북한 광물자원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북한 광물자원개발 사업에 진출해 체결된 투자계약 총 38건 중 33건을 중국이 독점하고 있다. 
 

북한의 광물자원 분포도. (자료=광물자원개발 융합연구단)


지난 2002~2005년 사이 백두산에서 발생한 지진이 약 3000회에 달하면서 전문가들은 백두산이 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백두산이 분화할 경우 한국 전역은 약 1m 두께의 화산재로 뒤덮힐 수도 있다. 남북 과학기술 교류가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백두산 화산 마그마 조사연구(UMMA) 프로젝트를 국제대륙과학시추프로그램(ICDP)에 제안한 상태다. 시추를 통해 퇴적물을 파내면 백두산이 몇 년 주기로 분화했는지와 그 규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 심부관측을 통해 나오는 '초임계 유체(고온 고압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의 상태를 파악하면 마그마방의 거동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백두산 공동연구는 북한이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제안해 시행 목전까지 왔으나, 결실을 맺지 못했다. 

1000년을 주기로 분화하는 수퍼 활화산 백두산의 폭발 규모는 최고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의 1000배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학계는 금세기 최대 규모의 화산폭발이라는 가정 하에 북한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이 백두산 지하 마그마방을 자극해 분화가 촉진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으며, 북한은 2014년부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와 공동으로 백두산 지표면에 광대역 지진관측시스템을 설치해 마그마방의 거동을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과천과학관에서는 북한과학도서 전시회가 개최 중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북한의 과학기술교육과 연구 내용을 알리면서 향후 과학기술 협력 방향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