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폐지 청원 교사 "교권 사라진 학교현장, 더는 의미 없어"
2018-04-26 16:15
교사 정성식 "스승의 날은 조퇴하고 싶은 날…잠재적 범죄자 취급 서글퍼"
[사진=연합뉴스]
현직 교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20일 '스승의 날을 폐지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엿새째인 26일 오후 2시 현재 7000명이 넘는 이들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이 글을 올린 전북 이리 동남 초등학교 교사 정성식 씨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스승의 날은) 조퇴를 하거나, 빨리 끝내고 학교를 떠나고 싶은 날"이라며 "학부모님들과 학생들도 부담스러워하고 불편해한다"고 밝혔다.
정 씨가 '스승의 날 폐지'를 외치는 이유는 법과 학교 현장의 괴리에서 비롯됐다. 일명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 국가의 과도한 법 해석이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교권 추락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대표적 풍경이 스승의 날이다.
[사진=연합뉴스]
카네이션과 캔커피 논쟁이 그렇다. 정부는 지난 2016년 교사에게 카네이션이나 캔커피를 주는 행위가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최종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유권해석은 국가나 행정기관이 법령의 의미와 내용을 해석·확정하는 것으로 공적 구속력을 지닌다.
지난 19일 국민권익위원회도 "학생 대표만 스승의 날 교사에게 생화 카네이션을 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정 씨는 "권익위 해석을 보면 (일반 학생들에게는) 종이 카네이션과 편지만 허용한다는 것"이라며 학생 대표 선정을 두고 논란이 발생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씨는 1학년 담당교사다. 그는 "(캔커피를 주려던) 아이들과 실랑이도 있었다. (아이가) 울기도 했다"며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법이나 이런 것들을 받으면 안 되는 이유를 알겠냐"고 항변했다.
정 씨는 이미 교권이 사라진 학교현장에 스승의 날이 더는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교권 침해는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매우 미비"하다며 "교사의 교육적 지시와 통제에 불응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고충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