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鄭남매 분리경영으로 후계구도 정리

2018-04-26 09:42
정용진 부회장 ‘마트·쇼핑몰’, 정유경 총괄사장 ‘백화점·패션’ 책임경영
아버지 정재은 명예회장, 정 총괄사장에 신세계인터 지분 150만주 증여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왼쪽),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아주경제 DB]


신세계그룹이 후계구도 정리에 나섰다. 마트와 복합쇼핑몰은 정용진 부회장이, 백화점과 패션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맡는 모양새다.

지난 24일 신세계그룹은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150만주를 정 총괄사장에게 증여했다고 밝혔다. 증여된 주식은 당일 종가로 19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신세계 그룹 내 패션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기업으로,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국내에 직수입하거나 자체 브랜드상품을 생산‧유통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증여를 통해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은 21.68%에서 0.68%로 줄었다. 반면 정 총괄사장의 지분은 0.43%에서 21.44%로 늘었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인터네셔날의 최대 주주인 주식회사 신세계(45.76%)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다. 법인이 아닌 개인으로는 최대 비율이다.

아울러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의 지분도 9.83%를 보유하고 있다. 백화점 사업을 중점적으로 전개하는 신세계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국민연금에 이어 정 총괄사장이 3대 주주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증여는 정 총괄사장의 취임 3년차를 맞아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진행됐다"며 "증여세는 적법한 절차에 맞게 정 총괄사장이 납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백화점과 패션 계열사가 정 총괄회장으로 쏠리면서 신세계그룹 오너가 남매의 분리경영 구도가 보다 명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16년 5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각자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의 잔여 주식을 교환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에서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에서 각각 9.83%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두 사람은 주식 교환으로 인해 서로 신세계와 이마트의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지분 정리를 통해 정 부회장은 이마트를 비롯한 푸드와 복합쇼핑몰, 편의점 사업에 집중하고 있고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패션 계열사를 지휘하고 있다.

다만 신세계와 이마트를 정 총괄사장과 정 부회장이 분리하는 모양새지만 양 계열사 최대주주는 여전히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다. 이 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 모두 18.2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은 남매의 분리경영을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각 계열사의 성과를 지켜보는 상태다.

이 회장의 남편인 정 명예회장은 2006년 두 자녀에게 주식을 대량으로 증여한 이후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당시 증여된 주식은 147만주 6800억원어치로 증여세만 34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국내 2세 경영인이 납부한 증여세 중 최대 금액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인터네셔날의 성과가 뚜렷하고 후계구도를 보다 명확히 하려는 차원에서 정 총괄사장에게 증여가 이뤄진 것 같다”며 “이 회장이 승계 과정을 투명화 해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