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남북정상회담 의제,종전ㆍ평화협정..한국전쟁 직후 통일방안까지 논의

2018-04-24 00:00
반공이데올로기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한반도 평화 위한 노력은 지속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고 이어 북미정상회담도 열린다”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지속 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의 길을 여는 확고한 이정표를 만들어야 하며,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이끌어내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65년 동안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의 체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선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의 체결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보수 정권으로 분류되는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남ㆍ북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기만 하다가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고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의 체결이 실현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것만 보면 남ㆍ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주로 진보 정권들이 하고 보수 정권들은 남ㆍ북 관계를 악화시키기만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선 남ㆍ북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남ㆍ북 통일이나 한반도 평화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우리 민족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이고 이 과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지난 1945년 8ㆍ15 해방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있어왔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 이미 남ㆍ북한과 국제사회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고 남ㆍ북한 통일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했다.

1954년 2월 18일 베를린 4대국(미국ㆍ영국ㆍ소련ㆍ프랑스) 외상회의는 소련의 제의를 받아들여 한국 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회의를 제네바에서 개최할 것을 합의했고 1954년 4월 26일부터 6월 15일까지 한국 문제가 제네바에서 논의됐다.

이 제네바 평화회의에선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의제가 될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서 더 나아가 남ㆍ북한 통일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공산 측은 “유엔이 아닌 중립국 감시위원단의 감시 하에서 전조선위원회가 관리하는 전국적 선거를 실시해 남ㆍ북한 통일 정부를 구성하자”고, 남한 측은 “유엔 감시 하에 남한의 헌법에 의한 북한만의 선거를 실시해 남ㆍ북한 통일 정부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유엔 측은 “유엔 감시 하에 인구비례에 의한 전국적 선거를 실시해 남ㆍ북한 통일정부를 구성하자”고 주장했다.

이런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제네바 평화회의는 결렬됐고 한국전쟁 직후 어렵게 찾아온 ‘한반도 평화 정착ㆍ남북한 통일’의 기회는 또 다시 좌절됐다.

1954년 당시 남ㆍ북한 사이의 적대감은 최고조였다. 남한은 반공 이데올로기ㆍ체제가 극단적으로 강화됐었다. 국제적으론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본격화됐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비록 실패했지만 남ㆍ북한과 국제 사회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남ㆍ북한 통일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실현된다고 해도 이는 ‘진보ㆍ좌파’ 정권인 문재인 정권만의 업적이라기보다는 지난 수십년 동안 지속된 ‘한반도 평화 정착ㆍ남북한 통일’을 위한 노력의 성과라고 봐야 한다. ‘종전 선언ㆍ평화협정 체결’이 남한을 좌경화시키는 것이 아님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