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수백 개 오브제가 합친 정교함의 끝판왕"..김현엽 작가 아트부산2018 특별전

2018-04-22 16:30
'프로젝트 아트부산 2017' 대상 수상 작가

['아트부산2018'에 참가한 김현엽 작가가 작품 병구 옆에 서 있다]

"작품 하나에 수백 개의 오브제(피규어,공산품)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멀리서 보면 그냥 사람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니 정교함의 끝판왕이다. 수많은 작은 모형들이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지고 뭉쳐 있다"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아트부산2018'에서 아주 특별한 개인전이 열렸다.

지난해 11월 '프로젝트 아트부산 2017'에서 대상을 받은 김현엽 작가의 개인 부스가 마련된 것이다.

'프로젝트 아트부산 2017'은 아트쇼부산(아트부산 기획·운영사)에서 신진작가 양성을 위해 부산·경남지역 30세 이하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이다.
지난 19일 아트부산에서 만난 김현엽(29) 작가는 전시명 '환시인간'에 대해 "환시라는 것은 의학용어로 환청과 같이 헛것을 보는 것을 말한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며 "사람이 비이성적인 것을 할 때는 사람같이 안 보이고 그런데 사람이고, 그런 중의적인 표현을 환시인간이라는 시리즈로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메인 작품으로 전시한 실제 사람 크기의 '병구'를 보는 관람객들은 섬세한 작업에 놀라워했다. 가까이에서 보는 병구는 수백 개의 오브제들이 붙어있고 그 오브제들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김현엽 작가는 "병구는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에서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다"라며 "병구와 다비드상을 합쳐서 병구라는 캐릭터를 재구성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나 드라마, 만화에서 감흥을 많이 얻는다는 김 작가는 "항상 피해자였던 병구가 가해자였던 사람을 납치해서 외계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명목을 내세워 폭력을 행사한다. 폭력의 주체와 객체가 바뀌면서 둘 다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며 "불랙코미디적인 모습이 너무 인상 깊어서 어떻게 작품으로 만들지 하다가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품 중앙에는 영화 속 백윤식이 창고에 갇혀 앉아있는 모습의 모형이 붙어 있다.

작업은 먼저 각목이나 아크릴로 뼈대와 형태를 만든 다음에 피규어나 장난감 같은 오브제를 붙여 완성한다. 큰 형태가 도화지라고 한다면 그곳에 피규어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김 작가는 "생계유지가 필요해 아직 전업 작가가 아니다 보니 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며 "사람 정도 크기의 대형 작업은 6개월 정도 걸리고, 1m 이내의 중형 작품은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아트페어가 처음인 김 작가는 작품 가격을 선배 작가들에게 자문해 정했다. 제일 큰 크기 작품은 700만 원, 중형은 300만 원, 작은 사이즈는 100~120만 원, 작은 소품 크기의 작품은 40만 원 선이다.

김 작가는 주위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 당분간은 '환시인간' 형태의 작품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전 작품은 주제는 비슷하지만 형태가 완전히 달랐다. 캐릭터 적인 작업을 많이 했다. 지금은 재조합하고 형상을 하면서 많은 작은 이야기들을 합쳐서 큰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수라 작품]


프로젝트 아트부산 공모전 때 만들었던 '아수라' 작품도 눈에 띈다.
6개의 팔을 가진 이 작품은 수라도의 신인 아수라를 형상화했다. 작품 바닥에는 수백 명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고 아수라의 이마 중앙에는 뿔같이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창에 머리를 꿰뚫린 형상이다.

김 작가는 "현대문명이 끝임없이 싸우고 있는 데 가면 갈수록 폭력이 난무해지는 현실에서 이렇게 기계화된 신은 결국에 아수라가 될 것"이라며 "디스토피아(dystopia·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 적인 생각에서 출발해 만든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무력권좌]


아트부산2018을 위한 신작 '무력권좌'도 있다.

무력권자는 힘의 원리로 움직이는 인간세상, 세계가 힘의 원리로 굴러가는 그런 것에 대해서 얘기한다.

로마 시대 때 정치가이자 장군이었던 아그리파 석고상을 기반으로 머리 위와 얼굴 밑에는 각종 무기가 붙어있다.

김 작가는 아그리파가 가진 실제 배경보다는 인상, 강인한 남성, 권력, 서양인, 서구세력 등의 의미를 채용했다.

"무력권좌에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이 미국이다. 세계 1위의 국가이자 경제도 월등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힘의 논리로 하는 경우도 몇 번 보였기 때문에 그런 개념으로 작품을 구상했다"

[작품 김신]


'청춘살인'이라는 작품에서는 낭만이 없는 청년을 비판했다.
인물상 한쪽은 화살이 꽂혀있는 등 공격받고 있고, 다른 한쪽은 자기를 보호하는 성 같은 벽이 쌓아져 있다. 머리 부분에는 작은 상자 같은 것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데, 이것은 고시원 같은 작은방들이 밀집된 모습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청춘을 죽이고 있는 낭만이 없는 것을 표현했다.

TV 드라마로 인기리에 방송됐던 도깨비의 주인공인 '김신'도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작품은 실제로 김신의 가슴에 칼이 꽂혀있는 듯한 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