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징역형·박종환 취임…자유총연맹 전·현 총재의 '엇갈린 운명'
2018-04-22 18:36
文 ‘절친’, 총재 선임에 내부선 반발…역대 총재 모두 대통령 측근
국가 보조금 받는 ‘관변 단체’…횡령 등 논란도 이어져
국가 보조금 받는 ‘관변 단체’…횡령 등 논란도 이어져
국내 최대의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총재로 박종환 전 경찰종합학교장이 최근 취임했다. 박 신임 총재는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72학번 동기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공식 블로그에 ‘내가 아는 40여년간의 문재인 변호사 - 그는 한결같이 신뢰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라는 제목의 지지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박 총재가 취임한 당일, 전임 총재였던 김경재씨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탄핵 정국 당시 보수단체 집회에서 “2006년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8000억원을 걷었고, 이해찬 전 총리가 이를 주도했다”고 주장해 노 전 대통령과 이 전 총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 文 ‘절친’, 총재 선임에 내부선 반발…역대 총재 모두 대통령 측근
350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연맹 내에선 박 총재의 취임을 두고 여러 차례 잡음이 일었다. 김 전 총재가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며 임기를 1년여 남기고 퇴임한 이후 박 총재 내정설이 확산됐고,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감지됐다.
이세창 전 총재 권한대행은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안전부가) ‘(박 총재를) 단일 후보로 해 달라, 후보 모집을 외부에 공고하지 말라’는 등 직접적으로 총재 추대절차에 개입했다”며 “새로운 정부에서 또 다른 비선실세가 불공적한 방식과 절차를 통해 장악하려는 시도에 대해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행안부의 개입에 반발해 총재 권한대행직에서 물러났다.
연맹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이 금지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운영비 등을 지원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대 총재들은 정치적 중립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 전 총재의 경우 지난 탄핵 정국 당시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나가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쳤다. 심지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연맹 산하 각 지역 지부에 ‘3·1절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청와대의 사주로 관제 시위를 지시하고 기획했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이런 논란이 이어졌던 2016년 11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 예산을 받는 단체가 건건이 계속된 논쟁을 촉발하고 있는 상황이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지원이 계속되는 것이 마땅한가에 대해서 재고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필요하다면 법률 폐지조차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총재 자리에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선임된 것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논공행상적 성격을 띤 것이다. 김 전 총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던 동교동계 일원이었지만,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보수 성향 인사로 돌변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 수석부위원장, 청와대 홍보특보 등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 당시 회장을 맡았던 양순직 전 의원이나 권정달 전 의원의 경우 모두 군인 출신으로 김종필 전 총리와 연이 깊다. DJP 연대에 따른 ‘자리 나눠먹기’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회장을 맡았던 박창달 전 의원 역시 친이계 실세였던 이재오 현 자유한국당 상임고문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원은 이 상임고문이 창당했던 늘푸른한국당의 대구시당 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인사로 회장 재임 당시 선거 개입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국가 보조금 받는 ‘관변 단체’…횡령 등 논란도 이어져
연맹은 지난 1989년 제정된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의 국·공유재산 및 시설을 무상으로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있고 △조세 또한 감면받을 수 있으며 △운영경비와 시설비, 그 밖의 경비까지 보조받을 수 있는 특수한 단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연맹 운영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총재, 그리고 대의원의 선임 규정은 정관에 명시하고 있지 않다. 연맹의 정관에는 총재 선출과 관련해 ‘총회에서 선임한다’고만 돼 있을 뿐 세부사항에 대해서 ‘별도규정으로 정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총재의 자격 요건 역시 명시돼 있지 않다. 총회를 구성하는 대의원의 자격 및 회원 자격 역시 ‘별도규정’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총재 인사 절차가 ‘깜깜이’인 셈이다. 본지는 별도규정 또한 문의했지만 연맹 측은 ‘내부 절차’를 이유로 답변을 유보했다.
횡령 등 논란 역시 지속해서 불거졌다. 연맹은 서울 중구 장충동에서 웨딩홀을 운영하고 전국 각지에서 ‘통일관’, ‘전적기념관’ 등을 유지하고 있다.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2017년 12월말 기준 자산총계 1543억원을 보유한 한전산업개발의 지분 31%를 갖고 있기도 하다. 한전산업은 한국전력의 그룹사다.
김 전 총재는 연맹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하고 자회사인 한전산업 임직원 채용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2013년 안정행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박창달 전 회장 등 임원 5명이 모두 14차례에 걸쳐 공금계좌에서 2억600만원 상당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정달 전 총재 또한 지난 2008년 배임수재,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연맹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항구적으로 옹호·발전시키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추구하며, 이와 관련된 민간단체들에 대한 협조와 세계 각국과의 유대를 다지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지만, 살펴본 것처럼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 신임 총재는 지난 13일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총재 수락 인사에서 “지난 수년간 우리 자유총연맹을 둘러싸고 이어져 왔던 여러 논란은 누구를 원망하거나 책임을 지워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제를 탓하기보다는 오늘과 내일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매진함으로써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자유총연맹은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지상 과제는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이익이라는 높은 차원에 있는 것이지 어느 정파의 노선만을 대변하는 데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