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테마파크 건설 ‘스톱'" 지방정부 부채와 전쟁 치르는 중국
2018-04-18 16:57
신규 투자사업 잇단 제동 거는 지방정부들…부채 현황 속속들이 파악중
30조 위안 넘는 '음성' 돈줄 죄는 게 핵심
30조 위안 넘는 '음성' 돈줄 죄는 게 핵심
중국 지방정부에게 테마파크 건설은 그야말로 투자 유치, 고용 창출, 세수 확보 등 일석삼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업이다. 특히 경제가 덜 발달한 3~4선 도시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동안 이들은 테마파크 투자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경쟁을 벌였다. 지방정부는 자금을 충당해 부동산 개발상에 토지를 헐값에 제공하고, 테마파크 건설을 위한 도로, 교량, 심지어 지하철 등 인프라 건설도 지원했다. 지난해말 기준 중국에 건설된 테마파크 수만 2500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정작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300여곳도 채 안 된다. 결국 빚만 늘고 자원만 낭비하는 꼴이 됐다.
이에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의 무차별적인 테마파크 사업 투자 유치에 제동을 걸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택도시건설부 등 5개 부처가 앞서 9일 '테마공원 건설 발전 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테마파크의 무분별한 건설을 규제하고 특히 지방정부가 테마파크 건설에 돈을 대줘서는 안된다고 명시한 것.
테마파크 뿐만이 아니다. 수년간 중국 전역에서 일던 지하철 건설 붐도 급격히 식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엔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바오터우(包頭), 후허하오터(呼和浩特) 등지의 300억 위안(약 5조1000억원) 규모 지하철 공사가 잇달아 중단됐다. 재정난을 겪는 지방정부의 무리한 인프라 사업을 줄여 지방정부 부채를 막기 위해 이뤄진 조치다.
후난성 재정청도 지난 7일 각 산하 도시에 긴급통지문을 보내 투자 프로젝트를 줄이는 한편 지방정부 부채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것을 지시했다.
올 들어서만 저장(浙江)·푸젠(福建)·허난(河南)·후베이(湖北)·후난·산시(陝西)·쓰촨(四川) 등 지방정부에서 정확한 채무와 자산 파악에 돌입해 부채 줄이기에 나섰다고 21세기경제보는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지방정부 부채 규제 조치를 쏟아냈다. 특히 재정부는 3월 30일 '금융기관의 지방정부, 국유기업에 대한 대출 규제 관련 통지'를 발표해 금융기관이 지방정부 채권을 매입하는 것 이외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전면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지방정부에 대출을 제공하거나 지방정부 산하 국유투자공사(LGVF) 등 간접적 경로를 통해 대출해주는 음성적 채무를 모두 금지한 것이다.
현재 중국 재정부가 공식 집계한 지방정부 부채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16조4700억 위안(약 2800조원)이다. 하지만 지방정들이 산하 국유투자공사를 통해 빌린 '음성' 채무액은 2배 가까운 약 30조 위안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인중칭(尹中卿)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정경제위원회 부주임도 지난달 양회(兩會, 전인대·정협)에서 "지난해 말 기준 지방정부 부채의 공식적인 통계치는 실제보다 훨씬 축소된 것"이라며 "자본 투자, 민관 합동 프로젝트, 지방정부 소유 기업 부채 등으로 위장된 지방정부 부채는 최소 20조 위안에 달할 것"이라고 토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한 바 있다.
중국경제망에 따르면 위안하이샤(袁海霞) 중청신(中誠信)연구원 수석경제학자는 3일 중국재정과학연구원에서 열린 회의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앙정부 국채 13조4700억 위안, 지방정부 발행 채권 16억4700만 위안, 지방정부 음성 채무액 27조~34조5000억 위안으로 추산된다”며 “이로 볼 때 중국 국내총생산액(GDP) 대비 부채율은 약 68.85~77.92%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105.4%), 영국(88.3%), 프랑스(97%), 이탈리아(131.8%), 일본(253%), 캐나다(92.3%) 등과 비교하면 중국 부채는 여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