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靑·産銀, 정성립 대우조선사장 말고 대안있나
2018-04-16 08:00
"무리가 그를 미워해도 반드시 살펴보고, 무리가 그를 좋아해도 반드시 살펴보라."
중국의 현자인 공자와 위나라 영공의 대화를 엮은 '논어(論語) 위령공편'에 나오는 말이다. 다수가 평가해도 허와 실이 있을 수 있으니 경계하라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각기 다른 곳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검증을 통해 내린 평가가 대체로 일치했을 경우엔 따라도 괜찮다는 의미다. 대체로 사실에 부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정성립 사장이 경영정상화를 통해 조직을 안정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잘한 게 많다는 것이 내부 평가"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회사가 가장 어렵던 2015년 5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에서는 분식회계 등 전임 임원들의 불법행위 문제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터졌고, 업황 악화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조선업계 고위 임원은 "정 사장은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총 세차례나 대우조선 사장을 지낸 인물로 누구보다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그는 영업통으로서 여느 경쟁사 최고경영자(CEO)보다 인적 네트워크가 좋다"고 말했다.
반면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정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와 지난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모두 정 사장의 재선임 안건이 처리되지 못한 것은 산은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정성립 사장을 대우조선 정상화의 적임자라며 사장직에 앉힌 게 산은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산은이 정 사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청와대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 나온다.
물론 청와대와 산은이 정 사장의 연임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공을 세운 정 사장에게 특별한 과실이 없는데도 엄격한 잣대만 들이미는 것은 자칫 세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와 국민들은 소위 '낙하산' 인사들이 대우조선 부실화의 주역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