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대립, 러시아 금융시장 '출렁'…증시·화폐가치·국채가 일제히 추락
2018-04-11 13:30
미국, 대러 제재 대상 발표 후 RTS지수 11%대 폭락…억만장자 재산 160억달러 증발
러시아 금융시장 외국자본 이탈 지속…루블화 가치 이틀 연속 4%대↓
미·러, 유엔 안보리 회의서 '시리아 결의안'에 서로 거부권 행사
러시아 금융시장 외국자본 이탈 지속…루블화 가치 이틀 연속 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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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두고 미국과의 갈등이 확대되면서 러시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이틀 연속 급락했고, 국채 가격도 내려갔다. 최근 폭락장을 보였던 러시아증시는 진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미국 CNBC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의 대(對)러 제재에 이어 시리아 사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악화된 것이 금융시장에 직격탄이 됐다고 전했다.
CNBC는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워싱턴(미국 정부)의 2차 제재는 특히 강력한 도구로,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러시아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일 러시아 증시의 RTS지수는 3년여 만에 최대치인 11.44%의 낙폭을 연출했다. 다음 날 하락폭이 0.38%로 축소되면서 진정된 모습을 나타내는 듯했으나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주식시장 내 외국인 자금 이탈 지속으로 루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RTS지수는 러시아 증시를 달러화로 환산한 것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지면 RTS지수 역시 하강 곡선을 나타낸다.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 재벌(올리가르히) 7명, 기업, 기관 등 총 38개 대상에 대한 제재를 최근 단행했다. 미국의 사법권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제재 대상에 포함된 인물, 기업들의 자산이 전면 동결되고 미국인들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이로 인해 관련 주가가 떨어지면서 루블화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학자인 알렉산드로 아브라모프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가 확대되면 이는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모든 러시아 기업의 주식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억만장자도 미·러 대립 여파를 여실히 느끼고 있다. 지난 9일 러시아 증시 폭락 사태 이후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포함된 러시아 부자 27명 중 26명의 재산 160억 달러(약 17조464억원)가 증발했다.
특히 올레크 데리파스카 회장은 자신이 이끄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 기업 ‘루살’과 ‘En+’의 주가가 50% 이상 폭락해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힌다.
같은 날 홍콩증시에서 루살의 주가는 50.4% 빠져 시가총액 45억 달러 정도가 증발했고, 런던증시의 En+ 주가는 54% 추락해 시가총액 20억 달러가 줄었다.
데리파스카 회장은 주가 폭락, 재산 손실에 이어 파트너까지 잃을 위기에 직면했다.
루살 지분 8.75%를 보유한 글렌코어의 이반 글라센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루살의 이사회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글렌코어는 미국의 제재 발표 이후 루살과의 알루미늄 거래를 중단하고, 주식교환 계획도 철회하기로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압박으로 러시아 알루미늄 생산업자가 위기에 빠졌다. 미국 제재 여파가 루블화와 글렌코어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 국채 가격도 이틀 연속 떨어졌다. 이날 10년 만기 러시아 국채금리는 7.6%까지 올랐다. 전날에는 7.3% 오르며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서로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국채 금리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뜻한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러시아 정부는 국채를 이용한 자금 조달 때 이자 비용 부담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