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군' 이정은의 美! '느긋한' 최혜진의 美?…'결'이 다른 '길'
2018-04-11 11:07
지난해 여자골프 미국 무대 진출을 예고한 두 명의 예비스타가 탄생했다. ‘핫식스’ 이정은6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6관왕을 차지하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고, 여고생이었던 최혜진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깜짝 준우승으로 ‘무서운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만 해도 이정은보다 최혜진의 조기 미국행이 더 가까워 보였다. 이정은은 “미국 진출에 대한 생각은 아직 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고, 최혜진도 “KLPGA 투어에서 경험을 쌓고 LPGA에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둘의 결은 조금 달랐다. 이정은은 한국 무대에 집중하고 싶은 의지가 컸고, 최혜진은 기회가 오면 미국 조기 진출도 고려 대상이었다.
그러나 올해 둘의 행보를 보면 작년과 사뭇 엇갈린다. 이정은은 미국으로 눈길을 슬며시 돌렸다. 최혜진은 국내 투어 일정에 신경을 더 쓰는 모양새다. 미국으로 향한 '길'은 같은 데 '결'이 다른 느낌이다.
이정은은 “올해는 LPGA 투어 등 스케줄 때문에 휴식도 필요해 작년보다 훨씬 국내 대회를 뛰지 못한다”며 “타이틀 방어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달라진 무게의 추다. LPGA 투어 대회 기회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출전하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KLPGA 투어 27개 대회에 나섰던 이정은은 올해는 20개 대회를 채우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정은이 LPGA 투어 진출을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가장 빠른 지름길은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해 자격을 얻는 것이다. 지난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고진영이 그랬다. 돌아가는 길도 있다. 우승이 없어도 꾸준히 상위권에 들어 올 시즌 LPGA 투어 상금랭킹 40위 이내에 들면 다음 시즌 투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진출을 이룬 박성현의 뒤를 따르는 방법이다.
반면 지난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US여자오픈 준우승을 차지한 최혜진은 느긋하다. 미국 진출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최혜진은 “올해는 KLPGA 투어 대회에 집중하면서 경험을 쌓겠다”며 국내 무대에 무게감을 확실히 뒀다.
최혜진은 올 시즌 KLPGA 투어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KLPGA 투어 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투어 2승을 거둔 최혜진의 프로 데뷔 첫 우승이다.
최혜진은 이번 주 세계랭킹 10위에 올라있다. 한국 선수 가운데는 박인비(3위), 박성현(4위), 유소연(5위), 김인경(7위)에 이어 5번째로 높은 순위다. 최혜진보다 높은 순위의 선수들은 모두 L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최혜진은 LPGA 투어 진출에 대한 욕심을 크게 부리지 않고 있다. 최혜진은 “세계랭킹은 더 올라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은 유지하고 싶다”며 “올해는 국내 투어에 집중해서 신인왕을 하는 게 목표다. LPGA 투어는 국내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그 후에 가고 싶다”고 밝혔다.
최혜진은 이제 여고생 티를 벗은 ‘10대 골퍼’다. 미국 진출 시기를 서두를 필요 없다. 국내 무대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으며 기회를 엿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또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투어 활동을 할 정도로 체력적으로 강하지 않다. 부상의 위험성도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다. 최혜진도 무리한 일정을 잡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최혜진을 ‘스타덤’에 올린 올해 US여자오픈 불참 가능성 이야기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