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운용사는 ​'코스닥 벤처펀드' 싫은 까닭

2018-04-10 18:02

새내기 자산운용사는 코스닥 벤처펀드를 반기기 어렵다.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위험이 커진 반면 우선적으로 배정해주던 공모주 물량은 줄었다. 기존 대형 자산운용사라면 이를 감수할 수 있지만, 신생사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형 코스닥 벤처펀드를 내놓을 예정인 자산운용사는 상반기에만 총 45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공모펀드까지 더하면 54곳으로 늘어난다. 전체 자산운용사 가운데 25%가량이 코스닥 벤처펀드를 출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새내기 자산운용사는 마지못해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정부는 코스닥에 50% 이상 투자하는 코스닥 벤처펀드에 공모주 물량 가운데 30%를 우선 배정한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는 기관 투자자가 공모주를 50%까지 가져갔다. 우리사주와 일반투자자는 각각 20%씩 총 40%를 받았고, 나머지 10%를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 상품에 넘겼다.

즉, 이번 조치로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에게 주던 공모주 물량이 50%에서 20%로 줄어든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코스닥 벤처펀드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주는 공모주 물량을 많든 적든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코스닥 기업에 50%를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본력이 탄탄하지 않은 새내기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위험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를 늦추는 자산운용사도 나오고 있다. 

한 신생 자산운용사 대표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공모주가 '양날의 칼'로 바뀌었다"며 "투자할 벤처기업에 대해 철저하게 옥석 가리기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214곳 가운데 36%에 해당하는 76곳은 2017년 적자를 기록했다. 사모펀드만 굴리는 자산운용사를 보면 139곳 가운데 46%에 달하는 64곳이 적자를 냈다. 신규 자산운용사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금융당국은 얼마 전 신설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