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모든 생활서비스로 확산되는 중국의 공유경제

2018-04-10 03:01

[정유신칼럼]
 

[사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



중국의 디지털경제를 서비스산업과 연결해서 특징짓는다면 O2O(Online to Offline)와 공유경제(Shared economy)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최근 공유경제는 중국발음으로 ‘공샹(共亨)’이라 해서 2017년 중국 10대 유행어 중 하나일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공유경제란 뭔가. 다소 철학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현대적 의미로만 보면 인터넷 등 현대정보기술에 의해 흩어져 있는 대량의 유휴자산을 모아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하는 경제활동을 뜻한다. 중국은 원래 공산사회주의여서 ‘공유’에 익숙한데다, 워낙 넓고 사람이 많아서 놀고 있는 자산이나 물건도 엄청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으로 시간, 공간의 제약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연결 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생활 전 분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외출할 때 모바일로 차를 예약한다든지, 언제 어디서나 탈 수 있는 공유자건거, 인터넷으로 남아도는 주택 임대하기 등이 대표적인 공유경제 사례들이다.

시장규모는 얼마나 되나. 중국국가정보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공유경제시장은 2010년 이후 가히 급성장세다. 연평균 65%씩 성장해서 2017년 기준 4조 9,205억 위안(885조원), 공유경제 서비스 종사자만 약 5천만으로 노동인구 전체의 5.5%, 공유경제 이용인구는 7억(총인구의 51%)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시장 규모로만 보면 이미 미국을 뛰어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왜 이렇게 중국에서 공유경제가 급성장하나. 전문가들은 첫째, 중국의 유휴자산은 엄청난 반면 이를 수요와 연결하는 시장경제기능은 아직 약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 예컨대 중국 유휴주택은 5000만 채나 되지만 여전히 주택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지역이 많고, 자가용차는 1억 5천만대나 되지만 매일 35%나 되는 사람들이 택시를 못 잡아 안달이다. 그만큼 유휴자산에 대한 잠재수요가 엄청나단 얘기다.

둘째, 공유경제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모바일인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지난해 말 기준 7.5억(인터넷 보급률 55.8%)이고 모바일 스마트폰 사용자는 무려 13억(스마트폰 사용률 90%)이다. 따라서 인터넷, 모바일로 연결만 하면 잠재적 수요-공급을 쉽게 매치할 수 있는 셈이다. 예컨대 중국의 대표적 택시앱 ‘디디추싱’(滴滴出行)의 2016년 발주건수는 15억 5천만 건으로 미국 택시앱 총 발주건수의 2배, 우버의 지난 6년간 발주건수 10억 건보다 훨씬 많다.

셋째, 빠른 도시화도 공유경제의 확대요인이다. 중국은 중국 정부의 도시화촉진정책에 따라 매년 1000만~2000만의 도시인구가 늘어난다. 기존 시스템이 공급할 수 있는 서비스보다 수요증가 속도가 빠르단 얘기다. 

넷째, 역사적 배경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30년 전만 해도 공산·사회주의였다. 소유하지 않고 모두 이용하는 ‘공유’ 문화에 그만큼 익숙하다 할 수 있다. 처음엔 택시 같은 교통수단, 숙박, P2P 같은 서민금융 등에서 시작했으나, 최근 들어 공유경제는 성장 2단계로 점프하고 있다고 한다. 우선 중국시장에서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한 예로 디디추싱과 같은 공유택시업체가 멕시코에서 우버와 한판 붙고,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일본 택시시장에 진출하는 식이다. 또한 중국내에선 서로 나눌 수 있고. 임대만 할 수 있다면 거의 모든 생활서비스가 공유경제모델로 연결되고 있다. 의류나 완구대여는 물론, 미니 노래방, 셀프 세탁방, 공유우산, 공유충전기 등 점입가경이다. 소위 물건의 공유(예 : 우산, 충전기)에서 공간의 공유(예 : 숙박), 이동의 공유(예 : 택시), 스킬의 공유(예 : 가사서비스), 돈의 공유(예 : 크라우드펀딩) 등 전 분야로의 확산이다.

특히 작년 여름 세계인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으론 책의 공유(예 : 공유서점)가 있다. 작년 7월 중국 내륙부 안휘성의 수도 합비시에 세계 최초로 ‘공샹수디엔(共亨書店)’이 오픈된 것. 운영회사는 중국 최대 국유서점인 신화서점으로 오픈 첫날 땡볕이었는데도 장사진을 쳤다고 한다. 서점의 이용방법은 간단해서 스마트폰 전용앱으로 ‘智慧書房’을 다운로드해서 99위안(17,000원)을 입금하고 QR코드로 스캔하면 언제든 빌릴 수 있다. 일반 도서관과 달리 어디서든 쉽게 책을 체크할 수 있고, 베스트셀러도 언제든 빌릴 수 있어 큰 인기라 한다.

아무튼 중국은 현재 서비스산업 전체가 공유경제 카테고리로 묶이는 것 같다. 특히 공유경제는 유휴자산, 노는 시간을 이용하는 거라 새로운 일자리 또는 파트타임 고용창출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철강, 석탄 등 구조조정 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정부도 공유경제를 적극 활용하겠단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일자리창출에 전전긍긍하는 우리정부도 좀더 공유경제를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 정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