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상화폐 편법거래 키우나

2018-04-09 19:00
자금세탁방지 점검 예고 나섰지만
가상화폐 규제 명확한 입장 못내놔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정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상화폐 거래소의 편법 거래가 활개를 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시장을 조일수록 거래소들은 규제 사각지대를 찾아 거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 동안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는 KB국민·KEB하나·NH농협은행 등 3개 은행에 대해 자금세탁 관련 현장을 점검한다고 9일 밝혔다.

중점 점검사항은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일반법인·개인계좌를 통한 가상통화 거래 관련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적정성 준수 여부 등이다.

금융위는 "이번 검사는 1월 30일부터 적용된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이행실태 점검과 수정·보완사항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며 "점검대상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 제공 여부와 취급업소 거래규모(보유계좌 수, 예치금 규모) 등을 감안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부 감시에도 불구하고 신규계좌 발급이 막힌 중소 거래소들은 하나의 법인계좌로 입금받는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다. 정부 규제가 다소 완화 기조를 보이자 3~4월에만 무려 40여곳의 신생 거래소가 생겼다. 이들 대부분은 코인간 거래, 혹은 법인계좌를 통해 사업을 시작했다.

당국에서는 법인계좌를 통해 다수의 투자자 계좌로부터 입금을 받는 방식의 위험성을 알렸다. 그러나 대부분 거래소는 버젓이 법인계좌 거래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법인계좌를 통해 입금받는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다수가 하나의 법인계좌를 사용할 경우 오류와 해킹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 법인계좌로 입금되는 개인계좌가 제대로 된 실명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탓에 가상화폐가 점점 음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애매한 입장이 편법 거래를 키웠다"며 "현장 점검보다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거래할 것을 독려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이 있는 것"이라는 묘한 여운을 남긴 바 있다.

현재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광주은행 등은 실명거래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거래소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최 전 원장의 말처럼 굳이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실명계좌를 발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