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반도…미·중 무역전쟁 넘어 ‘무력 대치’, 北 군사력 급속 증강

2018-04-10 05:00
미·중 항모, 사상 첫 남중국해 동시 진입 군사훈련…긴장감 고조
세계 군사비 지출 냉전 이후 최고…北 군사력 증강 속도 韓 앞질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다가오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그동안 동북아 안보질서를 흔들던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북한의 비핵화 해법에 대한 주변국들의 이견이 노출되면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주요국들의 공조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대북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북핵 협상 연계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 북한 등에 초강경 입장을 보여 ‘슈퍼 매파(super hawkish)’로 꼽혀온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되는 등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외교 정책팀이 등장했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무산되면 한반도 무력충돌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한국의 교역 1, 2위 대상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우려가 격화되면서 한반도와 주변국 정상들의 셈법이 고차방정식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과 전략 경쟁 양면에서 주도권 다툼의 길로 나서고 있어 현재 미·중 관계의 위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양국 항공모함이 사상 최초로 남중국해에 동시 진입해 군사적 긴장감이 확대되고 있다고 홍콩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한반도 주변국의 군사력은 확대되고 있다. 북핵 해법에 대한 중국과 미국 간의 의견 차이는 여전하다. 또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무역 갈등 심화가 무력 충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한반도 정세를 위협하고 있다. 즉,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 미·중 무역 갈등, 북핵 문제 등으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한·미 FTA 개정 최종 확정을 북핵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핵 협상과 한·미 FTA를 연계시킨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안보와 무역을 연관지어온 트럼프가 사실상 한·미 FTA를 북핵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여금 대북 강경노선을 유지하도록 압박하려는 시도라고 풀이했다.

세계 각국의 국방비 지출 총액은 5년 연속 상승세다. 영국 글로벌 군사정보전문업체 IHS제인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국방비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1조6700억 달러(약 1785조2300억원)로 추산된다. 이는 냉전 이후 최고액에 달했던 1조63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경쟁 영향을 받고, 지정학적 안보 불안에 놓인 아시아 지역의 국방비가 크게 늘고 있다. IHS제인스는 “중국, 일본, 한국 등이 포함된 동북아 지역의 군사비는 중국의 해양진출, 북한의 미사일 위협, 동남아 무장반군 활동에 의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군사력이 매년 강화되는 것도 한반도 평화의 위험요소로 꼽힌다. 미국 군사력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최근 발표한 ‘세계 국가별 군사력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전년 대비 1단계 하락한 12위에 올랐다. 반면 북한은 매년 꾸준한 순위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6자회담 당사자인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북한의 군사력 순위는 각각 1위, 2위, 3위, 7위, 23위로 집계됐다.

한국의 GFP 군사력 지수는 0.2741로 산출됐다. 한국의 군사력 지수는 2014년 9위, 2015년 7위에 올랐다가 2016년 10위권 밖으로 밀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1위를 기록했다. 그에 반해 북한은 2014년 35위, 2015년 34위에 머물렀다가 2016년 25위로 급등했고, 최근 2단계 상승한 23위에 올랐다.

GFP는 인구·육해공전력·자원·국방예산 등 50개 항목을 종합해 군사력 지수를 산출한다. GFP 지수는 국가별 핵무기 능력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GFP 군사력 지수는 0.4218로 한국보다 현저하게 낮은 군사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GFP 군사력 순위가 상위권에서 변동이 거의 없고, 한국의 순위는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북한의 순위 상승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2016년 기준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5%에도 못 미치는 1136달러로 최빈국 수준이었다. 그러나 군사력 증강 속도만큼은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순위 상승을 꾸준히 병력을 강화한 결과로 해석하고, 특정 국가의 군사력 순위가 매년 상승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바탕으로 북한의 군사력 순위 상승이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갈수록 격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양국 간 글로벌 경제적, 지정학적 패권을 결정하는 거대한 경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양국 간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6·25전쟁)의 의지로 미국과 맞서자”는 중국 관영언론 사설도 등장했다.

미·중 양국의 세력 경쟁은 군사력에서도 이어진다. 지난 5일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이날 중국 항모 랴오닝(遼寧)함 전단이 남중국해 하이난(海南)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하자 미국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단도 남중국해로 진입했다. 이로 인해 남중국해 한 해역에 미국과 중국의 항모전단이 동시에 진입해 서로 대치하는 형국이 그려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방예산 편성에서도 미·중 양국의 경쟁이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시대에 진입한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6.5%로 설정한 반면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8.1% 올려 잡았다.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0%대를 유지했고, 2016~2017년에는 7%대였다.

이에 맞서듯 미국 트럼프 정부는 2019년 군사비를 올해보다 7.2% 많은 7160억 달러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인 5조1911억 엔의 방위예산이 편성된 올해 예산안을 의회에서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