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이 선임병의 폭행에 시달리다 상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현행법상 상관은 2주 내에만 조처하면 된다. 하지만 2주는 피해자에게 가혹하게 긴 시간이다. 앞으로는 상관의 검토 기간이 대폭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병이 가혹 행위를 당한 사실을 상관에게 보고하면 상관은 즉시 군 내 전문상담관에게 피해 장병을 인계하도록 하는 일명 '배려병사 사고 방지법'(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이 이르면 4월 중 국회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이 법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했지만, 국방부의 반대로 1년 가까이 계류 중이었다. 최근 국방부가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5일 김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 법의 발의 취지는 장병이 가혹 행위를 당하거나 성 관련 고충이 있을 때 이를 상관에게 보고하면 상관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답변·조치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국방부 수정안에 이런 취지가 담겨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도 하루빨리 처리됐으면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오는 18~19일 예정된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군인의 지위에 관한 법 39조에서는 장병은 군 제도 개선이나 복무 관련 의견을 상관에게 건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개정안 원안은 장병이 고충을 상관에게 건의하면 상관은 3일 안에 건의 내용 검토를 마치게 한 게 핵심이었다. 현행법상 상관이 최대 14일까지 검토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선임병들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리던 일병이 간부에게 이 사실을 보고한 뒤 5일 만에 투신하는 사건이 있었고, 상관의 검토 기간 14일이 너무 긴 시간이라는 문제 의식에서 김 의원실이 개정안을 마련했다. 

국회 국방위는 법안의 시급성에 동의해 개정안이 발의된 지 한 달 뒤 국방위 법안소위에서 논의했지만, 국방부 측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검토 기간 3일은 너무 짧다는 게 국방부 측의 주장이었다.

김 의원 발의안은 장병들이 제기하는 모든 건의 내용의 검토 기간을 3일로 단축하는 것이었는데, 모든 건의안을 3일 이내에 답변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게 국방부의 의견이었다. 단, 폭언·폭행, 성폭력 등 군 인권에 관한 문제는 최대한 빨리 처리돼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해 국방부가 직접 수정안을 김 의원실에 제시해왔다. 의원실 측도 원안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를 수용했다.

수정안은 39조 3항에서 상관이 건의를 검토하는 기간을 그대로 14일로 두되, 4항에서 군 내 전문상담관이나 성고충 전문상담관의 상담이 필요한 건의라고 판단하면 피해 장병을 '지체 없이' 전문상담관에게 보내도록 했다. 또 41조 3항에서 전문상담관은 부대나 상관에게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할 수 있고, 조치를 요청받은 부대나 기관의 장은 조치 계획·결과를 3일 이내 피해 장병에게 알려주도록 명시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장병이 가혹 행위를 당한 사실을 상관에게 보고하면 상관은 바로 전문상담관에게 피해자를 보내야 한다. 전문상담관은 피해 장병 상담을 진행하면서 가해자와 격리 등을 부대에 요청할 수 있다. 부대는 3일 이내에 피해 장병에게 전문상담관이 요청한 내용을 어떻게 처리할지 알려줘야 한다.

본회의는 오는 26일로 잡혀 있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뒤 법사위를 거쳐 이르면 26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