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비상…손 놓은 국회] 계류법안만 40여건…환노위 등 관련 상임위 ‘뒷짐’

2018-04-05 18:18
전문가 "관련 법안 입법 늦어져 실질적 효과 장담 어려워"

교통·여성·청년·환경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미세먼지 줄이기 나부터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회와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수년째 미세먼지 대책 관련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

국회의원 세비인상, 보좌관 증원 등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정작 국민의 생명이 걸린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는 뒷짐진 모양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환경소위원회를 열고 법안 심사를 시작했지만 관련법에 ‘미세먼지’라는 용어의 정의조차 정립이 안 된 상황이다.

정확한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용어 정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세먼지, 부유물질 등 다양한 용어가 정부, 학계 등에서 혼용되고 각각의 주장이 달라 뒤늦은 조치에 나선 국회는 더욱 혼란에 빠졌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미세먼지 관련 법안은 49건에 달한다. 법안들은 단순히 대기오염 배출을 규제하는 것부터 측정망을 가동해 관련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한 단계 발전된 내용들도 담겨있다.

또 공사장 등에서 대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는 먼지를 일컫는 비산먼지의 발생 억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늑장 대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계류 중인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가운데는 2016년 6월 발의된 법안도 있다.

지난해 12월 본회의서 보좌관을 7명에서 8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속전속결로 의결해 국민의 지탄을 받았을 때와 달리 느긋한 모습이다.

또 그간 환노위가 환경부 등 정부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정부 면박주기에만 치중한 점도 문제다.

지난달 14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원들과 장관 등의 입에서 미세먼지가 55번 거론됐지만 정책 수립보다는 질책과 공허한 해명만 등장할 뿐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을 전년대비 30% 이상 확대 해놓고도 눈에 띄는 효과를 만들지 못한 점도 문제지만 관련 법안 처리를 미룬 국회도 함께 손가락질을 받는 이유다.

국회가 미세먼지 대책을 손에서 놓고 있는 사이 올해 들어 서울에만 8번(한국환경공단 기준)의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미세먼지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4월 임시국회가 개헌, 추경 등 여야 간 이견으로 옥신각신 끝에 공전하면서 관련 법안이 제대로 처리될지 미지수다.

또 관련 법안이 처리된다고 해도 당장 실질적인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관계자는 “국회에서 많은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지만 수 년 째 계류 중인 법안들이라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며 “국회나 정부에 관련 대책을 신속히 내놓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지연 중”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