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손배소 첫 재판…쟁점은 '위자료 지급 범위'
2018-04-03 17:56
국가 "출국정지 미연장 이미 배상 판결" vs 유족 "이후 10년 고통"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재판에서 유족 측의 위자료 지급 요구에 국가가 "과거 이미 배상 판결이 났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8부(오상용 부장판사)는 3일 오후 열린 10억대 손해배상 소송 첫 재판에서 유족 측은 "수사 당국의 미흡한 조치로 실체적 진실 발견이 늦어졌다"며 국가가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은 마침 1997년 4월 3일 사건이 발생한 지 21년째 되는 날이다.
유족의 소송 대리인은 "두 명의 혐의자가 피해자를 살해했는데 당시 검찰은 에드워드 리만 기소하고 존 아더 패터슨에 대해선 출국정지 연장 기간을 연장하지 않아 도주하게 됐다"며 "이후 2009년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기 전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가 측은 과거 이미 소송을 통해 수사 검사가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못한 데 대한 위자료가 유족에게 지급된 점을 들며 "청구 취지가 같은 만큼 원고 측 청구는 각하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제기되는 경우 그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앞서 법원은 2006년 "수사 검사가 패터슨의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해 수사나 재판 개시가 곤란해졌다면 유족들로서는 진상 규명의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한셈"이라며 국가가 유족에게 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유족 측 대리인은 "해당 판결은 담당 검사가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것만 판단한 것"이라며 "이 사건의 청구 취지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재반박했다.
유족 측 대리인을 맡은 오민애 법무법인 향법 변호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취지 자체가 패터슨이 출국한 이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10년이란 시간이 지난 것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에 소송 제기 원인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씨가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애초 검찰은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지만, 리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은 2011년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고, 대법원은 지난해 1월 패터슨에 대해 징역 20년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