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 (66)] 커피빈, 마니아 외면 받은 이유

2018-04-01 18:01
소비자와 소통 대신 ‘프리미엄 전략’ 고수, 영업익 반토막
대표이사 가정폭력 혐의, 알바생 수당미지급 비난 쇄도

커피빈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매장 전경[사진=커피빈코리아 제공]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시장점유율 상위 7개 커피전문점 중 소비자 만족도 6등, 올해 현재 점포수 280개로 상위 7개 브랜드 중 꼴찌”

한때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의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커피빈코리아의 현 주소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커피빈은 현지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커피·차(茶) 전문점이다. 커피빈코리아는 1999년 스타벅스 1호점 개장 후 3년 뒤인 2001년 청담 직영점을 첫 선보였다. 론칭 이후 다소 비싼 가격에도 특유의 커피 맛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은 상당했다. 아메리카노에 에스프레소 두 잔을 넣는 ‘투샷’, 시원한 음료에 각얼음이 아닌 잘게 간 얼음을 사용하는 것도 커피빈의 상징이다. 

승승장구하던 커피빈은 ‘소비자와 소통’ 대신 고집스런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 이내 소비자들과 멀어졌다. 게다가 박상배 커피빈코리아 대표가 2010년 3월 가정폭력 혐의로 형사입건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박 대표의 부인은 폭행으로 전치 10주 진단을 받았다. 박 대표의 부인은 “1회성이 아닌 수차례의 가정폭력을 행사했다”며 폭력·살인미수 혐의까지 처벌을 요청했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됐다.

이듬 해인 2011년에는 청년유니온과 커피빈 아르바이트생 일부가 주휴수당과 연차수당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고용노동부에 박상배 대표를 고발했다. 결국 커피빈은 아르바이트생 3000여명에게 약 5억원을 지급했다.

소비자 비난 여론에도 본사의 사과나 해명은 없었다. 그 결과, 실적은 급락했다. 커피빈코리아 매출은 2010년 1267억원에서 2011년 1337억원까지 성장했다가 2012년 1378억원으로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6억원에서 107억원, 52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2016년 커피빈코리아 본사가 매장 안 CCTV 화면에 찍힌 방문객 사진을 전국 각 지점에 메일 형식으로 배포하고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삼았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본사의 직원 감시 의혹까지 불거졌다. 지난달에는 매장 여직원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직원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와이파이, 전기 콘센트 설치 등 소비자 요구를 귀담아 듣지 않은 것도 성장 정체 요인으로 지적된다. 단순 커피판매점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시장 변화를 읽지 못해 뒤처질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커피빈코리아는 “안전상 이유로 매징에 콘센트를 둘 수 없다”던 태도를 바꿔, 2015년부터 순차적으로 시설을 개선했다. 이때부터 영업이익도 2015년 39억원, 지난해 6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커피빈코리아 관계자는 “2015년부터 해마다 20~30여개 점포를 늘리고 있다. 올해도 최대 40개까지 매장을 열 계획”이라며 “와이파이나 소파 의자 등은 트렌드에 뒤늦은 것이 아니라 커피전문점으로서 품질에 집중하자는 취지였으나, 소비자 요청으로 현재 거의 모든 매장에 콘센트와 무료 와이파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