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과잉공급에…LG디스플레이 '꽃샘추위' 6년만에 적자전환 우려
2018-04-02 00:00
올 1분기 영업손실 1000억원 전망…시장 불안감에 주가 하락세
2020년까지 20조 투자 OLED 사업 확대…"中과 기술격차 벌릴 것"
2020년까지 20조 투자 OLED 사업 확대…"中과 기술격차 벌릴 것"
중국발(發) 디스플레이 굴기(倔起) 위협으로 LG디스플레이의 올해 1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꼈다.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기술력을 턱밑까지 뒤좇아온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지난달부터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친 탓으로 풀이된다.
1일 유진투자증권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영업손실 1000억원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자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2년 1분기 이후 6년 만의 적자전환이다. 올 1분기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6% 줄어든 5조8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분기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올해 1분기 적자전환이 예상되면서 1년 만에 온탕과 냉탕을 오가게 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CD TV의 경우 패널 수요가 크게 줄면서 가격이 예상보다 더 떨어졌다”며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도 의미 있는 매출 증가세를 보이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었던 LCD 패널의 가격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워 수익성 악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전체 매출의 90%가량을 LCD 사업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최근 중국 업체들이 LCD 패널 생산을 늘려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이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인 BOE는 지난달부터 10.5세대 LCD 패널 공장인 B9을 가동하고 있다. 중국 차이나스타, 폭스콘도 올해부터 2020년 사이에 LCD 패널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 연구원은 “BOE 내부적으로는 올해 65인치형과 75인치형 LCD 패널을 각각 200만장과 100만장 공급한다는 계획”이라며 “TV 세트 업체들은 B9의 생산 상황을 지켜보며 LCD 패널 구매를 유보하고 있어 실적이 개선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실적 불확실성이 반영되면서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6개월간 14% 하락하며 최근에는 '52주 신저가(2만5400원)'를 갈아치웠다. 최근 1년 사이에 가장 낮은 가격으로, 실적 악화에 대한 업계의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제조 업체들의 TV 가격인하도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는 북미에서 최근 공개한 2018년형 제품의 가격을 모두 내렸다.
삼성전자는 55인치형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 제품을 처음으로 2000달러 아래로 낮췄다. QLED TV(모델명 QN55Q7FN) 가격은 작년(2500달러)보다 24.0% 내린 1900달러다. LG전자는 55인치형 기본형 OLED TV(모델명 OLED55C8P) 가격을 작년 3500달러에서 올해 2500달러로 28.6%나 낮췄다. 소니도 지난해 5000달러였던 55인치형 OLED TV(모델명 XBR-55XA8F)를 올해는 2800달러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 대형 OLED 패널에 대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글로벌 OLED 패널 가격을 좌우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TV 세트업체 간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OLED 패널 가격을 높게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들과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차세대 패널로 꼽히는 OLED 시대에 본격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LG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자해 사업 구조를 LCD에서 OLED 중심으로 변경하는 작업에 나섰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OLED 납품처는 초기 LG전자 한 곳에서 최근 소니 등 15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처를 확대해 현재 10% 수준인 OLED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40%로 올릴 계획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대형 OLED 사업을 강화하고 모바일·차량용·산업용 OLED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며 “올해는 OLED 도약의 결실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