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방중 김정은, 국빈보다 환대…시진핑의 3가지 파격

2018-03-28 17:50
이틀간 8시간 대화, 김정은 숙소 직접 찾아
왕후닝 상무위원 회담 배석, "전례없는 일"
김정은 위해 여론 통제까지, 관계회복 주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왼쪽)이 지난 27일 북한으로 떠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배웅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


7년에 걸쳐 쌓인 북·중 간 앙금이 해소되기까지 24시간이면 충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베이징에 머문 동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파격적인 의전을 잇따라 제공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반도 내 조율자 지위를 잃고 싶지 않은 시 주석과 한·미 정상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앞두고 든든한 뒷배가 필요했던 김정은은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섰다.

이제 한반도 비핵화 함수를 푸는 과정에서 '북·중 전략적 협력관계 복원'이라는 변수를 추가해야 할 상황이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두번째)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오른쪽)가 27일 댜오위타이 영빈관 내 양위안자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세번째), 부인 리설주와 오찬을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첫번째 파격, 댜오위타이 양위안자이

김정은이 25~28일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것은 북한 측이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은 시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의 방문 제의를 쾌히 수락해 감동을 받았다"며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국 수도가 된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 측에 김정은의 방중 의사를 전달한 때는 이달 중순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즈음이다.

이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스웨덴을 다녀오는 도중에 베이징에 체류했던 15일과 19~20일에 김정은과 시 주석의 첫 회동을 위한 사전 조율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지난 25일 특별열차를 타고 북한을 출발한 김정은은 26일 오후 3시께 베이징에 도착해 정확히 만 하루를 머문 뒤 북한으로 돌아갔다.

24시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베푼 호의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26일 정상회담과 환영 만찬을 통해 5시간 30분가량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은 이튿날 2시간 30분 동안 추가로 회동했다.

시 주석과 부인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김정은 부부가 묵고 있는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영빈관을 찾아 오찬을 함께 한 것이다.

오찬 장소는 댜오위타이 내 양위안자이(養源齋). 1986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을 첫 방문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회담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이 곳으로 외국 정상을 초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시 주석 집권 이후에도 미셸 오바마 미국 영부인이 딸들과 중국 여행을 왔을 때와 롄잔(連戰) 전 대만 주석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정도만 양위안자이에 들렀다.

한·중 수교 직후인 1992년 9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방중 기간 중 양위안자이를 찾았지만 회담 상대는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아니라 리펑(李鵬) 총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전·현직 대통령 중 이 곳에서 중국 최고 지도자와 만난 이는 없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소식통은 "중국 최고 지도자가 방중한 외국 정상을 위해 환영 만찬을 개최한 뒤 이튿날 별도 오찬을 제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전례를 찾기 힘든 파격"이라고 설명했다.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정삼회담에 참석한 왕후닝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CCTV 캡처]


◆두번째 파격, 화려했던 배석자 면면

다시 26일로 돌아가봐도 시 주석과 중국 측이 김정은과의 회담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확인된다. 비록 비공식 방문이었지만 양국 우호관계 재정립을 위한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시 주석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에 중국 측에서는 권력서열 5위로 평가받는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했다.

국가원수급인 상무위원이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 주석이 최근 폐막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치며 절대권력 체제를 확립하고, 왕후닝이 시 주석의 측근 인사라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김정은을 배려한 측면도 강하다.

여기에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주임, 황쿤밍(黃坤明) 중앙선전부 부장, 양제츠(楊潔篪)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 정치국 위원급도 3명이 나섰다.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중국 측에서 상무위원급 없이 정치국 위원 2명만 참석했던 것과 비교된다.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환영 만찬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첫 중국 방문에서 실세 권력자들과의 교류를 완성한 셈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27일 북한으로 떠나며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CCTV 캡처]


◆세번째 파격, 언론의 적극적 엄호

북한 최고위급의 방중설이 퍼지기 시작하자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 등 인터넷에서 김정은 관련 글과 사진이 일제히 삭제됐다.

진산팡(金三胖·김씨 집안 세번째 뚱보라는 뜻으로 김정은을 비하해 부르는 말), 조선(朝鮮·북한의 중국식 표현) 등의 키워드 검색도 차단됐다.

웨이보에서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관련 내용이 함께 삭제되기도 했다. 여론 통제가 심한 중국이지만 외국 지도자를 위해 인터넷 검열까지 강화한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신 중국 관영 언론들은 북·중 간 전통적 우호관계와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강조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김정은의 경우도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해 주동적으로 움직인 인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린홍위(林宏宇) 화교대 국제관계학원장은 관영 신화통신에 기고한 글을 통해 "김정은의 방중은 세 가지 의의를 갖는다"며 "김정은은 한·미 정상과의 회담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천시(天时), 열차를 타고 와 북·중 간 특수한 지리적 연고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지리(地利), 북·중 우호를 계승했다는 점에서 인화(人和)를 모두 얻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