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6월 13일... 뉴욕·LA시장 재선이 말해주는 필승전략
2018-03-28 08:32
[최광웅의 데이터 政經]
세계 최대도시 뉴욕을 이끄는 빌 드블라시오(57) 시장은 좌파정당인 라틴아메리카 산디니스타(Sandinistas) 맹렬 지지자 출신이다. 뉴딜정책을 통해 국가개입을 적극 추진한 루즈벨트 전 대통령을 존경하며, 1990년 자신의 사회적 목표를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표현했다. 민주당에서도 가장 왼쪽에 서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노선이다. 그는 동성애 경험이 있는 7살 연상인 흑인 여성과 1994년 결혼해 니카라과로 신혼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지독한 좌익 운동가였다.
민주당 딘킨스 시장 이후 친 기업주의를 앞세운 명명가 시장 줄리아니와 불룸버그가 잇달아 당선되며 뉴욕시는 외형적으로 번영을 구가했다. 고층건물은 치솟았고 맨하튼 집값은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산층은 무너졌고 양극화는 심해졌다. 드블라시오는 이 틈을 정확하게 파헤쳤다. 그가 해결책으로 내세운 것은 “부자 증세”다. 뉴욕시민 가운데 소득기준으로 상위 1%인 연소득 50만 달러(약 5억 5천만마원) 이상에 대해 세율을 3.876%에서 4.41%로 올리겠다고 제시했다. 상업용 건축물에 대한 재산세 경감 혜택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대신에 중소기업 세제 혜택을 늘리고 공립대 보조금을 확대하며, 빈곤층 어린이집 무상보육과 무료 방과 후 학습 등 보편적 복지도 늘린다. 또한 이 세금으로 주택 20만채를 지어 보급하는 것도 포함된다. 드블라시오의 예측은 정확하게 성공했고 4년 후인 지난해 11월 그는 66.5% 득표율로 여유 있게 재선되었다.
미국 2대 도시 LA시 행정을 맡고 있는 에릭 가세티(47) 시장의 노선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제시한 제3의 길을 연상하게 한다. 블레어는 옥스퍼드대학에서 공부한 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가세티는 컬럼비아대학을 거쳐 영국 정경대학 박사 학위를 받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가세티는 20대에 이미 남캘리포니아대학(USC) 조교수로 근무했으나 2001년 30세의 나이로 LA 시의원에 첫 출마를 한다. 2005년에는 도전자 없이 단독 출마해 재선 후 이듬해에는 시의회의장에 당선되어 6년간 역임했다. 가세티는 42세가 되던 2013년 5월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8.4% 차이로 LA시장 직에 오른다. 그의 상대는 같은 민주당원이자 첫 여성시장을 노리던 웬디 그루엘(57) LA시청 옴부즈맨이다. 선거운동과정에서 가세티는 만성적인 노숙자 문제와 제대군인 복리후생 등 해결을 우선적으로 약속했다. 또한 임금 및 연금인상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공무원 노조에 대해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을 역으로 활용한 선거캠페인에 성공했다. 그 때문에 도전자인 그루엘은 수도·전력국 노조의 강한 지지가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하였으며, LA 최초 여성시장 꿈이 수포로 돌아갔다. 소수인종이 많이 거주하는 LA는 항상 낮은 유권자 등록이 문제다. 54%의 낮은 투표율과 여성 후보 그루엘에 대한 50%에 불과한 여성 지지율이 승부를 갈랐다.
가세티는 지난해 3월 재선 때 81.4%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됐으며, 이후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걸고 있는 반 이민 정책에 공공연하게 맞서며 난민보호 및 2028년 LA시 하계올림픽 유치, 그리고 노숙자 및 주택문제 해결을 주된 이슈로 내걸고 있다. 재선 이후 변화된 환경 속에서 그는 2020년 민주당 차기 대통령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LA시 안에서는 전통 민주당 지지층보다는 소득 30~40대와 4만 달러 이하 낮은 소득, 그리고 저학력 유권자에서 인기가 좋은 편이다.
빌 드블라시오 뉴욕시장과 에릭 가세티 LA시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2013년 첫 당선되었으며 다 같이 지난해 재선되었다. 이들은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공부한 공통점도 있다. 각각 뉴욕시의원과 LA시의원으로 출발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정책을 대하고 펼치는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드블라시오는 전통적인 민주당 성향이지만 가세티는 오히려 제3의 길 노선에 가깝다. 4년 뒤 이들 임기가 끝나면 최종 평가가 확정될 것이다. 우리의 경우 서울·부산·인천·대구시장 등을 어떤 기준으로 선출할 것인가? 이제 겨우 겨우 77일 남았다.
최 광 웅(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