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호 칼럼] 리더십과 도덕성

2018-03-27 09:40

[배종호 세한대 교수]

대통령 수난 시대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되지 말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장래희망 1순위로 대통령을 꿈꿨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에 의해 쫓겨나거나, 부하의 총에 맞아 죽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아니면 자식들이 감옥에 가거나 또는 자신이 감옥에 가는 불행한 역사를 풍자하는 이야기이리라. 이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성찰과 함께 지도자의 도덕성 문제가 중요한 국가적 화두가 되고 있다. 박근혜, 이명박 전직 대통령의 구속을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 진영이 ‘적폐청산 프레임’과 ‘정치보복의 프레임’으로 격돌하고 있지만 국가 최고 지도자의 도덕성 문제는 특정 진영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도덕성’과 ‘능력’은 리더십을 떠받치는 두 기둥이다. 이 두 기둥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부실하면 리더십은 유지될 수 없다. 리더가 능력이 없거나 도덕성이 없다면 팔로워, 즉 구성원들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무능한 리더도 문제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리더는 더 문제다. 능력이 부족한 리더는 참모들의 도움을 통해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기라도 하지만, 도덕성이 없는 리더는 리더십의 정당성이 송두리째 붕괴되기 때문이다.

30%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가지고 있었고, 50%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하루아침에 탄핵, 파면돼 구속 수감된 것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도덕성이 송두리째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것도 검찰 수사를 통해 대다수 국민들이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다스 실소유주 문제와 이를 둘러싼 거액의 횡령, 비자금 조성, 조세포탈, 뇌물수수 등의 비리가 드러나면서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었기 때문이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 수감돼 법의 엄정한 심판을 받은 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행하게 삶을 마감한 것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흉탄을 맞고 절명한 것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해외로 쫓겨나 타국에서 운명을 맞은 것도 모두 지도자의 도덕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리라.

반면에 뛰어난 도덕성을 보였던 지도자들은 권력자의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심지어는 삶을 마감한 뒤에도 리더로서의 권위를 굳건하게 유지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마하트마 간디다. 간디는 평생을 도덕적 지도자로 살았다. 그의 리더십 또한 도덕적 리더십이었다. 간디의 사상은 크게 3가지. 진리를 추구한다는 ‘쌰따그라하’,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는 ‘아스떼야’, 무소유를 추구하는 ‘아빠리그라하’. 간디는 이러한 높은 도덕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영국 식민통치와의 투쟁에 승리했으며, 인종과 문화와 종교가 다른 인도인들을 하나로 묶어내는데 성공했다. 간디의 도덕적 리더십 가운데 가장 빛나는 부분은 솔선수범. 평생 근검절약을 솔선수범했으며, 노동의 가치실현과 인도의 전통산업인 면직물 산업부흥을 위해 평생 물레를 돌리는 삶을 살았다. 심지어 스스로 권력까지 양보한 도덕적 삶을 통해 인도의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에게 까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간디의 생일인 10월 2일은 유엔에 의해 ‘국제 비폭력의 날’로 제정돼 오늘날까지 전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잃고 가난한 삶을 살다 독재정권의 탄압으로 무려 14년이나 옥살이를 했다. 2010년 대통령 취임 당시 그의 전 재산은 1987년형 폴크스바겐 비틀 한 대가 전부였다고 한다. 무히카는 대통령 급여의 90%를 자선단체나 NGO에 기부했고, 대통령 관저대신 수도 교외에 있는 부인 소유의 소박한 농장에서 생활할 정도로 청빈한 삶을 살았다. 이러한 도덕적 리더십으로 무히카는 취임 때보다 물러날 때 더 큰 지지를 받았다. 대통령 취임 당시 무히카가 받은 득표율은 52%. 그러나 퇴임할 때는 65%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국민들을 감동시킨 높은 도덕적 리더십의 결과이다.

대한민국에도 무히카나 간디처럼 취임할 때보다 물러날 때 더 큰 박수를 받는 대통령, 사후에도 별처럼 추앙받는 위대한 도덕적 리더십의 대통령이 배출됐으면 좋겠다. 이 것이 어찌 나만의 바람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