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방문을 계기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는 석유·가스분야에서 250억 달러(약 27조원) 규모의 신규 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과 UAE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바라카 원전 건설을 제외하고, 210억 달러 규모의 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이번 방문에 즈음해 SK는 UAE 후자이라 지역 석유 저장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삼성도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가 발주한 26억 달러 규모의 루와이스 해상 중질유 처리시설과 4억6000만 달러 짜리 폐열회수 건설 사업 등 총 3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진행 중인 210억 달러 규모의 사업 외에 석유·가스·정유·인프라 등 에너지 분야에서만 250억 달러의 신규 사업이 추가됐다. 양국 간 경제협력 규모는 46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6일 "칼둔 행정청장과 알 자베르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 사장이 문 대통령을 접견할 때 무함마드 왕세제의 지시로, 250억 달러 규모의 신규사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UAE가 한국 기업과 추진할 실질 협력분야는 △석유·가스 △신재생에너지 △항만·인프라 △원전 △농업분야 등이다.

특히 UAE는 올해 새롭게 추진 중인 아부다비 유전 탐사·개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을 초청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프로젝트는 소수기업만 초청대상이었으나, 무함마드 왕세제가 한국 기업을 초청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또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가 오는 5월 주최하는 정유·석유화학 콘퍼런스에도 한국 기업을 초청할 예정이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경우, 아부다비 정부가 100% 출자한 미래 에너지공사인 마스다르사(社)가 중동·아프리카·태평양 지역으로 해외진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 공동으로 투자전략을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항만 개발 및 인프라 협력과 관련, UAE는 칼리파항에 20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투자해 물동량을 두배 수준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전략적 공동성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후자이라항의 배후지역 개발을 놓고 한국 기업과 협력방안을 논의 중이며, 한국기업만을 위한 산업지대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AE는 또 원전분야에서 한국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진출에 필요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한국 측과 조속히 추진하기를 희망했다.

UAE 측은 사우디에 "한국 기업과 함께 추진 중인 바라카 원전사업이 가장 우수하고 안전하다. 또 경제적이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모델이며, 한국만한 기술협력 파트너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함마드 왕세제는 주요 각료에게 단순히 식량안보 측면이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한국과 협의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한국의 온실과 같이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기술을 통해 사막 곳곳에서도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는 UAE가 한국과 실질 협력을 강화키로 한 것은 비공개 군사협정을 둘러싼 갈등 등이 봉합되고, 문 대통령의 '신뢰 외교'가 적중한데 따른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UAE 방문과 그간의 특사 교환으로 지난 정부 말기에 초래된 정상외교 및 고위급 교류 공백에 대한 UAE 측의 의구심 및 불안감을 일시에 해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UAE 방문 마지막 날인 27일(현지시간) 한국과 UAE 간 국방협력의 상징인 '아크 부대'를 방문했다.

아랍어로 '형제'라는 뜻을 지닌 '아크'부대는 평시 UAE 특수전 부대의 교육훈련 지원과 연합훈련 등 군사교류 활동을, 유사시엔 UAE에 거주하는 한국교민 보호 임무를 수행한다.

2011년 1월 창설 이후, 150명 안팎의 병력이 8개월마다 교대로 파견된다. 현재 13진이 임무를 수행 중이다.

문 대통령은 아크부대 방문에 이어 UAE의 토후국인 두바이를 방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를 면담했다.

이어 '2020년 두바이 엑스포 참가 계약 체결식'에 참석한 이후,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박7일간 이어진 베트남·UAE 순방일정을 마무리하고, 28일 오전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