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농업 지키고 자동차 일부 양보…철강 관세 협상국 중 첫 면제

2018-03-26 14:58
美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의 유연성 확대
우리는 미 농업 관련 추가 개방 요구 수용 안해…ISDS·무역구제 개선 관철
철강 '쿼터' 수용…산업부 "기존 관세안보다 유리한 결과"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미 철강 232조 조치 및 제3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부가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한국은 전세계 최초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부과에서 면제국 지위를 얻어냈다. 또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농축산물 시장에서 미국의 추가 개방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한·미FTA 개정 및 철강 관세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한·미FTA와 관련, 김 본부장은 "3월 중 집중적인 한·미FTA 개정협상을 진행한 결과, 한·미 FTA 개정협상의 원칙적 합의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한·미 양국은 미국의 최대 관심 분야인 자동차에서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철폐 기간 연장,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의 유연성 확대에 합의했다. 미국의 자동차 관련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협정에서 미국은 2021년까지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했지만, 이번 합의에서 철폐 기간을 2041년까지 20년 연장했다. 

또 현재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한국 안전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해 제작사별로 연간 2만5000대 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5만대까지 가능하도록 합의했다.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 "현재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해 수출하는 업체가 없음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5만대라는 숫자는 실제 수입량과 무관하다"며 "작년 기준 미국 제작사별 수입물량은 포드 8107대, GM 6762대, FCA 4843대 등 1만대 미만"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미국 기준에 따라 수입하는 차량에 장착되는 수리용 부품에 대해서도 미국 기준을 인정키로 했다.

양국은 5년 단위로 설정하는 연비·온실가스 기준에 대해 현행(2016~2020년) 기준을 유지한다. 단 차기 기준(2021~2025년) 설정시 미국 기준 등 글로벌 추세를 고려하고 판매량이 연간 4500대 이하인 업체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소규모 제작사' 제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인정해주는 '에코이노베이션 크레딧' 상한도 확대하고 배출가스 관련, 휘발유 차량에 대한 시험 절차와 방식도 미국 규정과 조화를 이루도록 개정키로 했다.

미국의 다른 관심사인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가제도와 원산지 검증에 대해서는 한·미FTA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보완하기로 합의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의 핵심 민감 분야는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농축산물 시장에서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으며,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김 본부장은 신속한 협상타결로 개정협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요구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개선에 대해서는 투자자 소송 남발 방지와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 행사에 필요한 요소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양측은 조속한 시일내에 분야별로 세부 문안작업을 완료, 정식 서명 등을 거쳐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하는 등 향후 절차를 추진해 갈 계획이다.

한편 이번 협상 결과 한·미 양국은 미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부과 조치에서 한국을 국가면제하는 데 합의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이 가장 먼저 국가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철강 기업의 대미 수출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했다"며 "이에 따라 잠정 관세 면제 기간인 5월 1일 이후에도 쿼터(수입할당) 물량에 대한 25% 관세를 계속 면제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가면제를 받는 대신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에 대한 쿼터(수입할당)를 수용했다.

쿼터는 2015~2017년 대미 평균 수출량인 383만t의 70%인 268만t으로, 2017년 수출량의 74% 수준이다. 쿼터가 국내 업체별로 어떻게 할당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철강업계 내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이 같은 결과가 당초 미국 상무부가 발효했던 3개 관세안보다 국내 철강업계에 훨씬 유리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중국산 철강재 수입 1위, 대미 철강수출 3위국이다. 당초 미국 상무부 232조 권고안에서 러시아·터키·중국·베트남 등과 함께 53% 관세부과 대상인 12개국에 포함된 바 있다.

다만 수출 물량은 품목별로 차이가 있다. 판재류의 경우 2017년 대비 111% 쿼터를 확보했지만, 다른 주력 품목인 유정용강관 등 강관류의 경우 2017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강관 업체에 대해 수출선 다변화, 내수 진작 등 피해 최소화 대책을 적극 강구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대미 철강 수출은 전체 철강 수출(3100만7000t)의 11% 수준으로, 쿼터로 인한 세계 수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미국의 철강재 가격 상승이 현실화되고, 여타 수출국에 25% 관세 부과시 추가 가격인상이 불가피해 수출물량 감소에도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액 감소 폭은 이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정부는 미 상무부가 발표한 절차에 따라 우리 철강업계가 미국 현지 수요기업, 투자기업 등과 함께 진행하는 품목 예외(product exclusion)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글로벌 보호주의 확대 등 대내외 환경변화를 철강산업 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철강재 고부가가치화 등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