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네살배기 핀테크?' 공신력 있어야 규제 풀린다"

2018-03-27 08:00
아주초대석
P2P금융 성장속도 미국보다 4배 빨라…가상화폐는 이미 '세계톱3' 반열
은행, 해외송금업 최종 환전 소극적…토스처럼 안정성 입증해 신뢰 쌓아야
산업으로 인정 받으려면 성과 등 데이터 축적 편입·관련 정보 믿음 줘야

 

김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22일 "핀테크 기업의 최대 과제는 신뢰 확보다"고 말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핀테크 기업들의 최대 과제는 '신뢰' 확보입니다. 뛰어난 보안성과 함께 좋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때 규제 완화가 보다 수월하게 이뤄질 것입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 사옥에서 만난 김대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피플펀드 대표)은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핀테크 기업을 '잠재적 문제아'로 보는 불신과 편견에서 탈피해야 친(親)핀테크 금융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한국 핀테크는 아직 네 살에 불과하지만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성장세가 뒤처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국내 핀테크산업 현황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수집, 가파른 성장세를 해외에 알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2대 협회장으로서 '중간자' 역할도 강조했다. 핀테크 기업들의 니즈를 하나로 모아 금융당국과 균형감 있게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 한국에 핀테크가 있어?

김 회장은 임기 동안 국내 핀테크산업의 현황을 보여주는 공신력 있는 데이터를 축적할 방침이다. 해외에서 "한국에 핀테크 회사가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데이터 축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핀테크가 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현황과 성과를 널리 알려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공신력 있는 기관의 리서치 및 핀테크 관련 글로벌 리서치에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국내 핀테크산업 현황을 보여주는 자료는 전무한 상태이고 '카더라 통신' 수준의 정보만 돌아다닐 뿐이다.

소형 핀테크 업체들을 포용해 협회의 영향력도 키울 방침이다. 특히 핀테크 회사들과의 협업을 원하는 대형 금융기관은 특별 회원으로 받을 계획이다.

◆ 한국, 핀테크 꽃피울 수 있는 토양

김 회장은 "우리나라에는 핀테크가 꽃필 수 있는 요소가 많다"며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금융규제를 없애겠다고 하자 2015년을 전후로 핀테크 기업들이 속속 생겨났다"며 "피플펀드를 비롯해 100여개의 P2P회사들이 창업했다"고 말했다.

국내 핀테크산업은 비교적 늦게 싹을 틔웠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P2P금융이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3년 간 국내 P2P금융 누적대출액은 2조원에 달한다"며 "2010년 처음 P2P금융을 시작한 미국은 2013년 누적대출액이 5000억원 규모로,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4배 빨리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상화폐는 글로벌 톱3 국가다"라며 "기술적으로 아직 부족하지만 소비자들이 핀테크 서비스를 도입하는 속도, 관련 기업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고 평가했다.

◆ 핀테크 발목 잡는 규제들

김 회장은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장벽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로보어드바이저, 해외송금업 등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를 전향적으로 완화했다"면서도 "아직 핀테크 기업의 발목을 걸어 넘어뜨리는 돌뿌리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해외송금업이 대표적이다. 기획재정부에서 해외송금업 규제를 열었으나 최종 환전을 맡은 은행들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그는 "환전 이용자의 실명인증 등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여부를 핀테크 회사들이 확인하지만 추후 문제가 생기면 은행들이 고액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며 "행여 벌금을 낼까 두려워 은행들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은행의 의중에 따라 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해주길 꺼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PSD2에 대해서도 "매우 혁신적이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PSD2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핀테크 회사들과 공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 회장은 "구현 방식이 관건이다"며 "당국은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에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회도 소비자 권익과 기존 규제와의 조화라는 굵직한 관점에서 규제 완화를 추진하도록 힘쓰겠다"고 부연했다.

◆ 핀테크 기업도 안정성 입증해야

핀테크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나 비조치 의견 등 굵직한 제도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이유는 핀테크 기업을 금융시장 질서를 교란할 '잠재적 문제아'로 보는 시선이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규제 대부분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혹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방향을 맞추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핀테크 기업을 언제 사고칠지 모른다는 식의 눈초리로 본다"고 토로했다.

그는 '토스'처럼 안정성을 입증해 신뢰를 쌓는 게 급선무라고 전했다. 규제 완화와 함께 보안성, 확장성, 범용성을 갖춰 큰 규모로 발돋움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도 최근 핀테크 혁신안을 발표하는 등 핀테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혁신안에는 핀테크업계가 그동안 요구해 온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다. 김 회장은 "혁신적 금융서비스에 대한 시범인가는 훌륭한 핀테크 기업에 규제를 면제하고 상품 출시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진정한 네거티브 규제다"라고 환영했다.

이어 "핀테크 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해 우리 금융환경을 혁신하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협회가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