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65)] 천호식품 “정말 좋은데” 광고로 인기…‘촛불폄하’로 경영 위기
2018-03-25 18:00
말 한마디로 흥망성쇠
김영식 창업주 진솔한 말투 눈길
4년간 매출 530억서 777억 껑충
“촛불 가담자는 폭도”에 불매운동
가짜홍삼 판매로 신뢰 잃고 오너경영 막내려
김영식 창업주 진솔한 말투 눈길
4년간 매출 530억서 777억 껑충
“촛불 가담자는 폭도”에 불매운동
가짜홍삼 판매로 신뢰 잃고 오너경영 막내려
“산수유,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2010년 1월 처음 전파를 탄 천호식품의 이 광고는 단번에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광고 제품인 산수유 건강식품 매출이 크게 뛰었고, 출연자인 창업주 김영식 전 회장(사진)은 광고스타가 됐다.
천호식품 역시 누구나 아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천호식품은 김영식 전 회장이 1984년 부산에 만든 업체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외환위기 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1998년부터 건강식품 사업에만 매진하며 재기했다. 특히 이 광고가 나간 뒤 회사 매출과 사회적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2010년 530억원에 머물던 매출은 2014년 77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영식 전 회장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연 요청이 줄을 이었다.
◆김영식 창업주 ‘가담자는 폭도’…촛불폄하로 논란
김 전 회장은 2016년 11월 4일 자신이 온라인 커뮤니티인 ‘뚝심이 있어야 부자 된다’에 글 한 개를 올렸다. ‘나라가 걱정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촛불시위·데모·옛날 이야기 파헤치는 언론 등 왜 이런지 모르겠다. 국정이 흔들리면 나라가 위험해진다”고 적었다. 여기에 한 보수단체에서 만든 동영상을 게재했다. 동영상은 ‘대규모 집회를 일으키거나 집회에 가담한 자는 폭도’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당시는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였다. 매일 100만명이 넘는 국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전국에서 집회를 가졌다. 김영식 전 회장은 글을 올린 지 20분 만에 삭제했지만 그 사이 여기저기로 퍼져나갔다. 비난이 빗발치고, 천호식품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한번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뒷북 사과’라는 비난이 일었다. 그 여파로 2016년 회사 매출은 682억원으로 꼬꾸라졌다.
◆‘중국산 가짜홍삼’ 판매 쉬쉬하다 맹비난
구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7년 1월 초 가짜홍삼 사건이 일어났다. 천호식품이 중국산 인삼농축액에 물엿과 캐러멜색소 등을 섞어 만든 가짜 홍삼액을 팔아오다 적발된 것이다.
앞서 2016년 12월 말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는 중국산 가짜홍삼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한국인삼제품협회 회장 등 7명을 구속기소했다. 천호식품은 여기서 산 원료로 홍삼 제품을 제조해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일주일 가까이 감춰 맹비난을 받았다. 김영식 전 회장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고의로 속여 판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천호식품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결국 김영식 전 회장은 모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지난해 1월 6일 스스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그해 7월에는 장남인 김지안 대표마저 사퇴하면서 33년간 이어져 온 천호식품의 오너 경영 시대가 막을 내렸다.
현재 천호식품은 아워홈 성장 주역인 이승우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 사명도 ‘천호엔케어’로 바꿨다. 김영식 전 회장이 떨어트린 회사 이미지와 신뢰 회복을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