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낸 우버 자율주행차, 사고시 법적 책임 놓고 논란 가열

2018-03-21 08:57
美 전문가 "자율주행모드 낯선 환경서 매우 불안정"

[사진=AP/연합뉴스]


자율주행차량 시험을 하던 세계 최대 차량호출업체 우버가 인명사고를 내면서 미국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버의 자율주행차량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교외의 한 교차로에서 실험을 하던 중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를 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자율주행차량 시험운행과 관련된 첫 보행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피닉스 인근 도시 템페에서 운전석에 보조 운전자가 앉은 상태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하던 우버 차량이 전날 저녁 10시께 템페 시내 커리 로드와 밀 애버뉴 교차로에서 길을 건너던 여성 보행자 엘레인 허츠버그(49)를 쳤다.

자율주행차량은 커리 로드 북쪽 방향으로 진행 중이었고 보행자는 서쪽 편에서 횡단보도 바깥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이 차량에는 최소 두 대의 카메라가 각각 전면도로 방향과 차량 내부 운전자를 향해 설치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실비아 모이 애리조나 템피 경찰서장은 "운전자는 보행자가 차 앞으로 걸어 나오는 게 마치 섬광 같았다고 진술했다. 운전자는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처음으로 충돌 사실을 인지했다. 영상에서 어둠 속에 있던 여성이 차도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 (자율주행차량이든 사람이 조작하든) 어떤 모드라도 충돌을 피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명확하다"고 밝혔다.

경찰 예비 조사 결과 우버 자율주행차량은 시속 35마일 운행 구역에서 시속 38마일로 주행 중이었으며, 속도를 줄이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에릭 웨이스 대변인은 현지에 조사팀을 급파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다라 코스로우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애리조나에서 들려온 믿을 수 없이 슬픈 소식을 접했다. 희생자 유족을 생각하며 법집행기관과 함께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버는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애리조나 주 피닉스·템페와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등지에서 진행하던 자율주행차량 시험 운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고를 두고 듀크대학의 로보틱스 전문가 미시 커밍스는 워싱턴포스트(WP)에 "운전자 없는 차량 운행 기술의 급속한 전환은 위험하다. 컴퓨터 버전의 자율주행 모드는 익숙하지 않은 운행 환경에서 매우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커밍스는 "연방 차원의 기준이 필요하다.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자율주행차량 운행에 관한 분명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사실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커지면서 기술은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에 대한 법적인 처리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게 없다.

이번 사건은 자율주행차량의 법적 책임에 대한 기준을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