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입김 세지는 금융권…1라운드는 완패
2018-03-20 14:51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동정책 기조가 금융노조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금융사가 '내풍'에 휘둘리고 있다. 금융 노조들의 요구와 간섭이 갈수록 과도해지면서 금융사들은 경영권까지 침해받을 정도다.
특히 CEO 연임과 근로자 추천 사외이사, 신규 사외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경영권 흔들기'를 수개월 동안 해왔지만 막상 사실로 드러난 게 없어 오히려 조직을 멍들게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안에 대해 찬성 권고를, KB노조의 권순원 교수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냈다.
신용보증기금도 노조의 반발로 차기 이사장 선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신보는 지난달 황록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최종면접을 거쳐 최영록 전 기재부 세제실장 등을 이사장 후보에 올렸다. 그러나 면접 후 1주일 안에 금융위원장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해 임명을 제청하던 과거와 달리 아직 이사장이 결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노조 측은 "'정피아'가 이사장 후보로 급부상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박 전 감사가 이사장 자리에 오르면 신보 노조가 과거에 취했던 입장과 정반대 상황이 연출, 이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감사는 2006년 11월 신보 감사로 선임됐지만, 노조 측은 정치이력 외 보증업무 경험이 전혀 없다는 이유로 한달여 동안 출근 저지투쟁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기재부에서 수행한 2007 감사평가보고서에서 신보는 기관부문 1위를 할 정도로 박 전 감사는 업무와 관련한 부적격 사유가 없다. 결국 노조가 조직 구성원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정보 확산으로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가 상황에 따라 과도하게 흔들기에 나서면서 오히려 조직을 정치화하고 있다"며 "노조의 압박이 지나치게 거세져 금융권이 지배구조 안정성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