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MB 구속영장 청구…배경과 향후 전망은?

2018-03-19 19:07
박근혜 전 대통령 이어 연이은 전직 대통령 영장…'정치적 부담' 대신 '원칙' 택한 검찰
검찰 "MB, 증거인멸 가능성 높아…혐의 중대성과 다른 관계자 구속 수사 형평성 원칙"
법원, 이르면 21일 결정…김윤옥 여사 소환도 임박

100억원대 뇌물죄,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20여개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헌정사상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다.

일각에선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연달아 구속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검찰이 불구속 수사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원칙'을 택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법원의 심사를 거쳐 이르면 21일 밤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 왜 구속영장까지...“혐의 부인, 증거인멸 가능성 높아”

서울중앙지검은 19일 오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통령으로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고 청와대 문건 유출 등으로 국가적 손실을 야기했으며, 자신이 소유한 다스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을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6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지난 18일까지 고심한 뒤 이날 수사팀에 영장 청구를 지시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지 닷새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개별 혐의 내용 하나만으로도 구속소사가 불가피한 범죄며, 이러한 범죄 혐의들이 핵심관계자들의 진술과 객관적 증거로 충분히 소명됐다고 본다”며 “이 전 대통령이 기초적 사실관계마저 부인하는 데다 핵심관계자들과 최근까지도 증거인멸, 말맞추기 등이 계속돼온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뇌물 뇌물수수, 횡령, 배임, 조세포탈, 국고손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18개 안팎의 혐의가 적용됐다.

우선 김성호·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총 17억50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특활비 4억원을 수수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종범)'으로 규정한 바 있다.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500만 달러(약 60억원)를 받은 혐의도 있다. 이밖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000만원), 대보그룹(5억원), 김소남 전 의원(4억원), ABC상사(2억원), 능인선원(2억원)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자신이 소유한 다스에서 35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십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횡령 및 조세포탈), 다스 및 관계사가 아들 시형씨가 소유한 에스엠 등 회사에 123억원을 무담보로 빌려주도록 지시한 혐의(배임) 등도 있다.

이 밖에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돕게 한 혐의(직권남용)와 청와대 문건 무단 유출·은닉(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친인척 명의로 된 부동산 등 차명재산 보유(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액만 100억원대에 달하는 등 사안이 중대한 점과 객관적인 물증에도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감안했다. 또 종범인 김 전 기획관 등 핵심 측근들이 구속된 상태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매우 중대하기는 하나 본질적으로는 범죄수사이자 형사사건"이라며 "통상의 형사사건과 똑같은 기준에서 같은 사법시스템 절차에 따라 구속수사가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이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종범과 실무자급 인사가 구속된 점을 감안할 때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동일한 사건의 형평성 문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또한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들이 박 전 대통령과 비교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21일 영장실질심사..발부 가능성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21일 열릴 전망이다. 다만 관련 수사기록이 워낙 방대해 일정이 하루 이틀 늦게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

영장심사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로 볼 수 있는지, 국정원 특활비 등 뇌물로 의심되는 자금이 오간 사실을 이 전 대통령이 옛 참모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알고 있었는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은 앞서 검찰 조사 때 국정원 10만 달러 수수를 제외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또 다른 혐의인 다스의 실소유 의혹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증거로 충분히 이 전 대통령 측을 압도했다"며 "이런 사건일수록 통상적 부패 사건의 원칙과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김윤옥 여사(오른쪽)와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김윤옥 여사 소환 임박···향후 수사 일정은?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역시 검찰의 소환 조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 여사는 국정원 특활비 수수 및 다스 법인카드 횡령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김 여사 측에 특활비 10만달러(약 1억700만원)를 건넸다고 폭로했다.

또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와 이상득 전 의원으로부터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으로부터 건네진 5억원을 수수하고, 다스 법인카드로 백화점이나 해외면세점에서 4억원을 사용했다는 의혹 등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특활비 10만달러 수수 및 다스 법인카드 사용 등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검찰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김 여사의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가 결정된 만큼 김 여사를 상대로 소환 또는 방문 조사를 진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권력이 총동원돼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의 일환"이라며 "혐의를 인정할 수 없으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