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가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19번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세계랭킹 1위나 수많은 우승 추가보다 달콤한 휴식기를 통해 얻은 행복감은 두 배였다. 

박인비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했다. 지난해 3월 HSBC 챔피언스 대회 이후 1년 만에 LPGA 투어 통산 19승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앞서 거둔 18승과 같은 기분이다. 우승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라며 올 시즌 첫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어 박인비는 “이달 초 싱가포르 대회를 통해 시즌을 시작했는데 당시 공은 잘 맞았지만 쇼트게임이 부족했다”면서 “이번 주에는 퍼트가 잘 되면서 시즌 전체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만족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퍼터를 교체했다. 헤드가 큰 반달 모양의 말렛 스타일 퍼터를 즐겨 쓴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 헤드가 일자형인 퍼터를 들고 나섰고, 전성기 시절 퍼트를 선보이며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박인비는 “이 코스의 경우 파5 홀에서 장타자들이 두 번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장타자가 아닌 나로서는 퍼트가 잘 돼야만 타수를 줄일 수 있다”고 돌아봤다.

박인비는 지난 시즌 허리 통증으로 일찍 마감한 뒤 재활에 집중하며 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올 시즌을 앞두고 통증 없이 몸 상태를 완벽하게 만들었다. 박인비는 “오늘 결과로 다시 우승할 수 있고, 통증 없이 경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기뻐했다.

이어 박인비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 때 쉬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부상 때문에 쉬게 됐을 때는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나’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면서 “휴식기 없이 계속 대회에 나왔다면 더 많은 우승을 했을지 몰라도 지금의 나보다 더 행복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지난해 단풍이 아름다운 한국의 가을을 추억하며 웃었다.

이번 우승으로 19번의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가 이루고 싶은 우승이 또 있을까. 박인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을 포함해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한 전설이다.

박인비는 “우선 이번 시즌에는 우승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것을 이룬 만큼 메이저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르고 싶다”며 “첫 메이저 대회인 이달 말 ABA 인스퍼레이션이 기대된다”고 메이저 대회 우승 추가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현재 세계랭킹 19위인 박인비는 “사실 리우올림픽 이후 세계랭킹은 거의 보지도 않았다”며 “순위를 올리겠다거나 다시 1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