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기업] '스마트' LH, 쿠웨이트 이어 베트남에 스마트시티 수출..."급격한 도시화에 주목"

2018-03-18 11:29
세계인구 2030년엔 84억명...매년 30만명 규모 신도시 120개 필요
택지개발 중단으로 활로 찾는 LH, 국내 공기업 선입견 깨고 해외로

쿠웨이트 압둘라신도시에 적용되는 한국형 스마트시티 조감도 [이미지= LH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스마트시티 수출에서 속속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이 중단되면서 새로운 사업에서 활로를 찾던  LH가 쿠웨이트에 이어 베트남에도 스마트시티를 수출한다. 급격한 도시화로 빠르고 효율적인 신도시 건설에 대한 수요가 팽창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 발빠르게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공공아파트를 짓던 택지·신도시 개발 공기업에서 글로벌 스마트시티 디벨로퍼로 환골탈태하고 있는 것이다.
 
LH가 주도하고 있는 한국형 스마트시티는 도시공간에 정보통신 융합기술과 친환경 기술 등을 적용해 행정과 교통, 방범, 에너지, 환경, 물관리 등의 도시기능을 효율화하고 도시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즉 저비용·고효율 도시를 구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쿠웨이트 압둘라신도시에 적용되는 한국형 스마트시티 조감도 [이미지= LH 제공]


◇쿠웨이트에 펼쳐지는 한국형 스마트시티…해외 수출 '신호탄'

LH의 스마트시티 수출 성과가 가시화된 곳은 쿠웨이트의 압둘라 신도시다. 이 곳은 한국형 스마트시티의 첫 해외 수출 사례다.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 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곳에 조성되는 이 첨단 신도시는 택지 개발에만 4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가 소요되는 매머드급 사업이다.

LH는 작년 4월 쿠웨이트 주거복지청으로부터 '신도시 건설을 위한 마스터플랜 용역 총괄관리 계약'을 체결했다. 압둘라 신도시를 세계적인 스마트도시로 건설하기 위한 마스터플랜 기획과 타당성 조사, 토목 설계, 시범 주택단지 건설 등이 LH가 담당할 주요 역할이다.

이 곳에서는 그동안 국내 각지에서 시범사업 격으로 도입되던 스마트시티 기술들이 한꺼번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심의 교통 흐름, 교통 안전, 대중교통 운행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고 관리하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 대기·토양오염을 감시하고 물 수요에 따라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스마트환경·수자원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각 시스템에서 모인 정보는 도시통합 운영센터에서 재가공돼 도시 정책 등에도 활용된다. 도시 건설이 완료되면 최대 4만 가구의 주택 공급 기반이 마련된다. 압둘라 신도시는 사업 부지가 국유지라 토지 매입비용이 없고, 기반 시설과 분양 책임 등을 쿠웨이트 정부에서 부담해 신도시 사업에 진출하는 국내 건설업체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LH 관계자는 "쿠웨이트는 압둘라 신도시를 세계적인 스마트 시티이자 중동 최초의 친환경 도시로 만들어 도시 개발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향후 우리 건설기업들의 후속 진출이 기대되며 여타 중동 국가들의 관심도 높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흥이엔성 스마트시티 조감도 [이미지= LH 제공]


◇베트남에서도 3000만㎡ 규모 '스타트시티' 조성 시동

LH는 지난달 초 베트남 현지에서 'TDH 에코랜도 도시개발 투자 주식회사'와 흥이엔성 스마트 산업도시 개발에 관한 합의서(MOA)를 체결했다. LH가 해외의 도시개발 사업에서 직접 자금을 투자해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것은 쿠웨이트의 '압둘라 신도시'에 이어 두번째다.

LH와 에코랜드는 흥이엔성 산업도시 사업의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면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앞서 특수목적법인 에코랜드를 설립한 개발회사인 비하지코(VIHAJICO)사와 양해각서(MOU)를 작년 4월 체결한 바 있다.

흥이엔성 산업도시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 인근에 있는 흥이엔성 리트엉켓에 분당신도시의 약 1.5배에 달하는 3000만㎡ 규모의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1조2000억원이 투입될 스마트시티에는 산업단지 7개와 도시클러스터(주거지역) 2개, 하이테크 클러스터, 물류·무역 클러스터 등이 들어선다. 향후 연말께 마스터플랜과 타당성 조사 결과를 내놓고, 내년부터 토지보상 및 착공에 나선다는 일정을 잡았다.

박상우 LH 사장은 "베트남은 호치민과 하노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도시 개념이 없는 셈"이라며 "급격한 도시화로 한해 100만명이 넘는 농촌인구가 호치민과 하노이에 몰려들고 있어 이들을 수요할 수 있는 주택공급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민간투자자가 조인트벤처에 참여하도록 하는 조항도 합의서에 포함됐다. 건설사뿐 아니라 IT기업, 재무적 투자자 등 국내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면 한국형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데 한층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조인트벤처의 자본금이나 출자비율, 사업구조 등은 추후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볼리비아 산타크루즈 신도시 조감도[이미지= LH 제공]


◇한국형 스마트시티 "글로벌 시장 확대"

LH가 스마트시티 수출에 성공한 것은 그동안 국내에서 쌓은 다양한 신도시 조성 사업이 바탕이 됐다. 그런 가운데 최근 스마트 시티 개발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폭발하면서 사실상 국내 택지개발 중단으로 새로운 사업을 찾던  LH가 이 부분에 주목을 하게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도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스마트시티가 주목받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73억 명인 세계인구는 2030년에는 84억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도시 인구는 2015년 40억 명에서 2030년 51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도시화가 특히 빠른 편이다. 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매년 30만 명 규모의 신도시 120개 건설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시의 전반적인 활동성 강화에 초점을 맞춰 시민참여를 통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스마트시티 구축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스마트그리드와 에너지효율 빌딩 등 '에너지 효율성 제고' 중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편 최근에는 오픈데이터와 데이터간 연계기술 개발, 표준마련 등을 위해 국가차원의 대규모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시장 전망 [자료= LH 제공]


유럽도 EU 차원에서 에너지·교통에 중점을 둔 스마트시티 정책을 총괄하고 구체적인 프로젝트는 개별 도시차원에서 추진 중이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요코하마, 교토, 토요다, 키타큐슈 등 4개 시범지역을 지정·투자하고 기술 수출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지방정부가 개별 추진한던 스마트시티 정책을 급속한 도시화와 에너지 부족 등을 이유로 중앙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중남미의 경우 첨단기술을 통한 효율적 도시관리 및 경제활성화 측면에 중점을 두고 접근하고 있으며, 아프리카는 경제활성화와 환경관리 등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 창출과 도시관리·관제 시스템 구축에 주안점을 두고 추진 중이다.

현재 LH는 쿠웨이트와 베트남 외에도 인도·미얀마·볼리비아 등에서 5조7178억원 규모의 스마트시티·산업단지 투자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들의 리스크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등 철저히 준비를 해 해외 신도시 수출 사업을 선도해 나가고, 민간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역할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