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우려 확산....산업계 1분기 실적 ‘흔들’

2018-03-12 06:03
상장사 164곳중 103곳 영업이익 하락세

미국 보호무역의 확산과 원/달러 환율 하락 등 대외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올해 1분기 실적도 흔들리고 있다.

세탁기와 태양광 셀·모듈, 철강과 알루미늄까지 미국의 ‘관세폭탄’을 맞은 데 이어 반도체와 자동차 등 국내 수출의 핵심 분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시장의 불안 등으로 원화 가치까지 높아지면서 수출 중심의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모양새다.

◆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상장사 164곳 중 103곳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11일 에프앤가이드 등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사 164곳 중, 103곳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들 상장사의 올해 1분기 전체 영업이익(3월 기준) 추정치는 46조3676억원으로 지난달 47조4004억원보다 2.18% 줄어들었다. 3개월 전(49조3885억원)과 비교하면 6.17%나 급감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라 주요국이 보복 관세 조치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 증대는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업계에 충격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매분기 영업이익 실적 기록 경신을 이어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 실적 조정의 예외가 되지 못했다. 전자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4조원대에 그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 작년 4분기의 15조1530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4.8% 감소한 14조4240억원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디스플레이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도 4조3390억원으로 관측됐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으로 기록된 작년 4분기의 4조4658억원보다 1200억원가량 줄어든 액수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을 최저 3조9000억원대까지 보고 있다.

◆보호무역 기조 당분간 개선 어려울 것 전망... 자동차·철강 연간 실적도 ‘우울’
시장 상황이 당분간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자동차와 철강업계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도 우울하다. 미국의 증권업체 골드만 삭스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수요 부진으로 현대차그룹이 올해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 삭스는 "원화가치가 1% 절상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간 영업이익도 각각 1.9%, 3.2%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원화 강세와 1~2월의 부진한 판매를 감안해 2018~2019년 두 회사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하며 목표가도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현대차·기아차의 미국 시장 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13%, 5%씩 감소한 4만6000대와 4만1000대였다. 미국 시장점유율은 각각 3.5%, 3.1%로 각각 0.4% 포인트, 0.1% 포인트씩 떨어졌다.

미국이 수입철강에 25% 관세를 매기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향후 3년간 전체 대미 수출이 9억 달러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9일 발표한 ‘트럼프발 철강전쟁의 의미와 시사점’에 미국이 수입철강 25% 관세로 인해 대미 철강 수출(2017년 기준)이 40억2000만 달러에서 31억4000만 달러로 21.9%(8억8000만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바탕으로 향후 3년간 한국 경제의 부가가치 손실분을 추정하면 약 1조3300억원, 취업자 감소 폭은 1만4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1년으로 환산하면 부가가치 손실분은 약 4000억원이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정부와 추가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한국이 조기에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국과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외교적 노력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