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북미회담 사례 참고해야"…美 외교전문가 "협상 파기 가능성 염두에 둬야"

2018-03-11 16:10
미 언론 '신중론' 과거 미 정권들 北과 협상 실패 사례 조명
갈루치 전 북핵대사 "핵무기·ICBC 능력 보유 북 예전과 달라"

[사진=연합/로이터]


북·미 정상회담이 전세계인의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미국 언론에서는 외교 전문가들의 다양한 논평이 쏟아지고 있다. 교착 상태에 있던 북·미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과거 북한과의 대화를 살펴볼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21세기 들어 핵실험한 유일한 국가"···"북·미 협상 과거 실패 기억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경우,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를 만나게 된다. 10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북·미대화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자신감 넘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조심스러운 시선도 있다, CNBC는 "북한은 21세기 들어서 유일하게 핵실험을 한 국가이며, 2006년 이후 6차례에 달하는 핵실험을 했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은 북핵문제 대치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북한과의 협상이 몇년 지나면 무너지는 사례만을 목격해온 외교관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북한과 협상에 나섰으며, 무려 1년 반이 넘는 협상 뒤에 제네바에서 합의에 이르렀다. 미국은 북한의 NPT 잔류를 전제로 경수로를 교체해주고 대체에너지를 제공키로 했으며, 또 외교대표부의 교환설치와 미국의 핵선제 불사용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2002년 북한은 핵동결 해제 및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했으며, 북·미합의는 유명무실하게 됐다. 이어 북한 2005년엔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고, 2006년 1차 핵실험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 뒤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2·13 합의가 나오지만, 이 역시 실패하게 되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2012년 북한의 핵동결·미사일 발사 유예와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을 골자로 하는 2·29 합의를 발표했지만 역시 북한은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멈추지 않은 전례가 있다는 점을 현지 언론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미국이 큰 양보를 해선 안돼"···갈루치 "협상 성공에는 회의적" 

제프리 루이스 미 비확산센터(CNS) 소장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리비아 등 다른 국가들과는 다르게 김정은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끝냈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가지게 됐다"면서 "북한과 대화할 필요는 있지만, (미국이) 먼저 양보를 많이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알렉산드라 벨 전 미 국무부 핵 정책 고문 역시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겐 김정은을 믿을 수 있는 이유가 많지 않다"면서도 "재앙적 갈등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가지고 이 제안을 살피고 현실적인 단기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벨 고문은 또 핵 협상은 적어도 수개월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백악관이 오랜 기간 협상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대사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놀랍고 환영할 만한 발전이라고 평가했지만 회의적인 입장을 감추지는 않았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사례를 보면 북한과 협상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중요한 결과를 낼 수 있지만, 동시에 적어도 우리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우리를 속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게다가 지금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대사가 협상했던 1993년과 지금의 북한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는 결국 이번 협상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기를 바라지만, 내 돈을 '성공'에 걸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