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북미정상회담 변수 최소화 주력…남북정상회담 '준비委' 가동

2018-03-11 12:13
정의용·서훈 내일부터 中·日·러 릴레이 방문…4强 공감대 넓히기 주력
靑 "美 '구체조치 없이 北 안만난다', 사전조건 의미하지 않아"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세기의 이벤트’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북미대화 ‘중재역’을 성공적으로 해낸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미정상회담이 현실화할 때까지 산적한 변수를 적절히 관리하는 데 혼신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수용 직후 미국과 북한이 공개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과의 개별 소통을 이어가며 양측 간 오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11일 미국이 '북한의 구체적 조치가 없으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미국의 입장이 북미 정상회담의 사전조건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표면상으로는 (북한의 구체적 조치가 북미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비치는데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것이 전제조건이나 사전조건은 아닐 것'이라고 한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정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의한 구체적 조치와 구체적 행동을 보지 않고는 그런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샌더스 대변인이 대화를 위한 새로운 전제조건을 붙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백악관이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샌더스 대변인이 백악관 내 다른 기류를 대표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뉴욕타임스에 나온 말이 정확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정부에서 이를 주도했던 경험자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을 잇달아 만나 조언을 구하는 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북미정상회담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한반도 주변 4강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공감대도 넓혀갈 예정이다.

당장 정 실장은 12∼15일 중국과 러시아를 연쇄 방문해 방북 및 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베이징에서 귀국하지 않고 곧장 모스크바로 갈 예정인 정 실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서 원장과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1박 2일 일정으로 12일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난다.

청와대는 정 실장과 서 원장이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방문해 시 주석 등 각국 정상을 면담하지 못할 경우 문 대통령이 직접 이들 정상과 전화통화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일련의 정상회담 조율을 위해 관련국 정상들과 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4강 이외에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이 성공할 수 있으려면 국제사회 전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주요 국가에 대한 외교적인 소통도 강화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국내적으로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이번 주부터 본격 가동시킬 예정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준비위는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사전 준비와 대북 협의를 담당한다. 청와대는 물론 외교·안보 부처를 중심으로 전 부처가 망라될 것으로 보이는 준비위는 이번주중 첫 회의를 개최하고, 의제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통일부가 준비위에서 실무를 주로 담당하며, 해당 부처 장관들도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과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어떻게 회담을 지원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통일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인선, 조직 등을 검토하면 이번주 초에 준비위 구성과 관련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과 완전히 양상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두 번의 정상회담은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으로 이뤄져 어느 한쪽이 약속을 안 지키면 전체가 무너지는 위험을 차단하고자 6자회담이 마련됐는데 이번에는 대단히 파격적인 양상으로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의 여건으로 (북미 대화를) 만들려고 갔더니 그걸 뛰어넘는 최종 단계로 점프한 것"이라면서 "과거의 경험을 이번에 대입해 그 순서를 밟아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