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산업부 부국장의 VIEW]정부·기업·국민이 일군 평창의 성과…올림픽정신으로 경제위기 극복

2018-03-05 05:50

김종수 산업부 부국장

 혜강(惠崗) 최한기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친구로 알려진 19세기 대사상가이다. 그는 삼강오륜에 하나를 더 추가해 삼강육륜을 주창한 학자이기도 하다. 육륜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오륜에 '조민유화(兆民有和)'를 추가한 것이다. 이는 국민이 화합하고 나아가 지구촌의 화합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최근에 성공리에 끝난 평창동계올림픽을 떠올리게 한다.

평창올림픽은 지난달 25일 막을 내렸다. 92개국에서 선수 2920명이 참가, 역대 최대 규모였다.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이던 시기였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출전이 성사돼 세계에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개막식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로 여동생 김여정이 참석했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도 가졌다. 폐막식에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그의 2박3일간 방남으로 촉발된 남남 갈등이 지금도 사그라들지 않는 게 단지 옥에 티였다. 그래도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에 대한 세계의 지지를 이끈 지구촌 평화올림픽이었다는 표현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경기 내용면에서도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따내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 기록을 세웠다. 스켈레톤·봅슬레이·컬링·아이스하키 등 비인기 종목을 일거에 국민 종목으로 바꿔놓았다. 국내외 모든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일궈낸 만점짜리 축전이었다. 선수들의 땀과 열정에 정부 및 국민들의 지원과 응원이 뭉쳐 완성한 걸작이었다.

특히 표내지 않았지만 기업들의 열성적 지원과 관심은 ‘화룡점정’이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선수들을 보듬고 고가의 장비와 시설에 대한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평창올림픽에 많은 지원과 지대한 관심을 보냈지만 드러낼 수도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인사와의 인적 마케팅으로 연결되는 개막식에도 허창수 GS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만 참석했다. 삼성과 LG·SK·한화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재계에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기업 총수가 연루되어 있고 관련 재판들이 진행 중이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도 한국 기업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공올림픽의 충분조건은 감동과 희망에 더해 정치·외교적 성과와 경제 효과까지 제대로 따라줘야 한다. 정치·외교적 성과는 정점인 북핵 등 한반도 문제가 대북특사 파견 확정 등 순조롭게 가고 있다. 이제 경제 효과를 위해 위상이 높아진 코리아 브랜드를 이익으로 연결하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최근 한국경제는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은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의 사드 보복도 해소되지 않았다.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지경에 몰려 있다. 정부는 부동산, 가상화폐 등의 정책을 놓고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한국GM 사태, 대우건설 매각 실패 등 적지 않은 부문에서도 정부는 대응 미숙으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초윤장산(礎潤張傘)'이라는 말이 있다. 당송(唐宋) 팔대가 중 한명인 소순이 쓴 변간론에서 유래한다. 우려나 조짐이 있으면 작은 일이라도 미리 대비하라는 의미다. 달무리가 생기면 바람이 불고, 주춧돌이 축축하면 비가 내린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月暈而風 礎潤而雨 人人知之​/월훈이풍 초윤이우 인인지지). 즉, 주춧돌이 축축하면 미리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동서고금의 최고 군사전략가로 추앙받는 손무마저 '손자병법 인생 13계'에서 이기는 계책의 첫째가 초윤장산이라고 했다. 경제도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라도 정부, 기업, 국민은 평창에서처럼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정부는 기업에게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국운의 대전환기로 삼아야 한다. 기업은 한국경제를 살릴 대표선수들이다. 경제도 메달을 딸 수 있는 체력과 운영능력을 갖춰 나가야 하는 것이다.

평창에서의 성과를 따져 보면 한국은 힘을 합치면 못 해낼 게 없는 나라라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줬다. 이 정도의 저력과 경쟁력이라면 지금의 경제위기는 극복해 나가고도 남는다. 평창올림픽에서 우리가 확인한 교훈은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