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300일] "경제 정책 기업 현실과 동떨어져… 잘못됐다면 개선해야"

2018-03-04 13:58
정대희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 등 4인 경제 진단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4일 "현재 성장보다 분배에 초점이 맞춰져 정책이 추진된다"며 "속도조절을 통해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사람 중심 경제'를 표방한 만큼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표면적으로는 경제가 순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만 보고 달리는 식'의 성급함과 불균형을 이룬 경제정책은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불안감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고, 보이지 않는 효과나 결과를 무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요 경제정책이 기업의 사정 등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탁상공론식 당위성에 매몰돼 반발의 벽에 봉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속도조절론까지 나오고 있다. 성급한 시행보다 충분한 정책검토 후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불러온 다양한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 경제 전문가 4인에게 대안을 물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다. 심리는 한쪽(저소득층)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양쪽(중산층)의 심리를 잘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산층이 두꺼운 나라는 양극화에 대한 얘기가 굉장히 약해진다"며 "한쪽의 손을 들어주면 다른 한쪽이 꺼지는 제로섬 게임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시장과 소통이 전혀 안되고 있다. 정책이 나오면 급하게 대응해 시행착오가 발생한다"며 "기업에 벌을 주기만 하면 (투자 없이) 피하려고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기업에 대한 일방적 규제에서 탈피하고, 구조적인 문제로 풀어가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실질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실패한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실업자수는 102만명으로, 5개월만에 다시 100만명선을 넘어섰다. 특히 전체 실업률이 3.7%로 전년과 같은 가운데,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8.7%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현 정부의 주요 지지기반인 자영업과 중소기업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불만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며 정권 내부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조 실장은 "최저임금이 2020년까지 1만원까지 오르면 현재 드러난 부작용이 더 확대될 것"이라며 "정책을 분석해서 잘못된 게 있으면 공약사업이라고 해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경제의 호조가 지속될 것도 아니고, 미국의 한국 제재도 강화되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 하에선 기업이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성장보다 분배에 초점이 맞춰져 정책이 추진된다"며 "속도조절을 통해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기 힘든 상황"이라며 "창조경제, 서비스업 활성화, 규제개혁 등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성장 부분에선 전략이 없는 건 아니지만, 딱히 큰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규제 개선을 통해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잘 되도록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혁과 혁신의 결과가 중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300일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에선 진통을 겪고 있지만, 효과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려면 시간을 두고 결과를 봐야 한다"며 "정부가 혁신을 주도하고 민간 기업이 치고 나갈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