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전용 보금자리론, 국토부와 마찰 … 3월 출시 '난항'

2018-03-04 19:00
7000만원 소득 요건 완화 난색
정책모기지로 '쏠림' 심화 우려

[표=주택금융공사 제공 ]


소득 요건을 완화해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춘 신혼부부 전용 보금자리론 출시가 예상보다 늦춰진다. 3월 출시를 계획했지만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가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토부가 부부 합산 소득이 7000만원을 넘어도 이용할 수 있는 신혼부부 전용 보금자리론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업무보고를 통해 신혼부부의 주택구입을 지원하기 위한 '신혼부부 전용보금자리론'을 3월에 출시한다고 밝혔었다. 신혼부부 전용 보금자리론은 소득 기준을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여야만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소득 요건 때문에 소득은 있어도 자산이 부족한 신혼부부들의 불만이 컸다. 살림살이가 녹록지 않아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것인데 7000만원이라는 기준은 너무 빡빡하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여론을 감안해 보금자리론의 부부합산 연소득 기준을 기존 7000만원에서 8000만~1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상품 역시 3월에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3월 출시는 힘들 것이란 게 중론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월 말에 발표하고 바로 상품 출시를 하려고 한다"면서도 "일정이 밀려 4월이나 상품안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 직후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려고 하나 사실 정확하게 언제 상품을 출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현재 신혼부부 전용 보금자리론과 관련해 일선에 내려온 안은 없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전용 보금자리론의 상품 출시가 늦춰지는 것은 국토부와의 마찰 때문이다. 정책모기지를 함께 운영하는 국토부에서 보금자리론 소득 요건을 완화하는 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정책모기지로의 '쏠림'이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금자리론의 소득 기준을 완화하는 것과 관련해 국토부 등 관련 부처 간 협의가 아직 안 됐다"며 "국토부에서는 해당 상품의 소득 기준을 조금만 완화해도 수요가 확 쏠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1월 말부터 신혼부부 전용 디딤돌대출과 버팀목대출을 판매하고 있다.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버팀목) 대출은 우대금리가 최대 0.4% 포인트 추가돼 1.2∼2.1%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에게 제공되는 구입자금(디딤돌) 대출은 최대 0.35% 포인트 상향된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1.70~2.75%의 금리로 이용 가능하다.

두 상품은 시중 주담대와 비교해 금리가 대폭 낮기 때문에 신혼부부들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신혼부부 전용 상품을 두 개나 출시한 상황에서 보금자리론까지 나오면 정책모기지 상품이 불티나게 팔릴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반론도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딤돌이나 버팀목 대출은 금리가 워낙 낮기 때문에 신혼부부들의 수요가 많을 것"이라며 "보금자리론의 경우 시중 금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쏠림'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리가 매우 싼 디딤돌 대출이 거절되면 보금자리론으로 가는 것이지 보금자리론 때문에 디딤돌이 안 팔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가 정책모기지 상품에 대한 주도권을 두고 금융위와 각을 세우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거 안정은 사실 국토부 권한"이라며 "금융위가 정책모기지에 관여하는 것을 불편한 시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